반세기 전 달성한 인류의 위대한 업적 달 착륙. 1969년 7월 20일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달에 발을 내디뎠을 때 세계는 흥분했습니다. 당시 이들의 달 착륙을 지켜본 전 세계 시청자들은 6억5000만명이었죠.
그런데 이런 엄청난 성과에 대해 아직도 “달 착륙은 미국 정부의 조작이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른바 ‘달 착륙 날조론자’들이죠.
이들은 “미국이 달에 실제로 가지 않았고 달 표면처럼 꾸며진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뒤 마치 달에 간 것처럼 꾸며 전 세계인을 속였다”, “미국은 러시아(구 소련)에 자존심을 세우고 세계에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달에 간 것처럼 속였는데 이는 인류 대사기극이다”, “미국의 달 착륙은 역사상 가장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한편의 영화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합니다.
이런 음모론은 1974년 윌리엄 찰스 케이싱이라는 사람이 처음 제기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결코 달에 가지 않았다(We never went to the moon)’라는 책을 펴내면서 달 착륙 조작에 대한 증거들을 제시했습니다.
이후 1990년대 후반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전세계적으로 이 음모론이 퍼지고 주목받게 됐죠. 그리고 여기에 일부 언론인과 유사 과학단체, 시민단체 등이 합세해 “미국의 달 착륙은 조작이다”고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달 착륙 조작설에 대한 근거들
달 착륙 날조론자들이 주장하는 조작설의 내용은 많습니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들을 보면 △공기가 없는 달에 꽂힌 미국 국기가 펄럭인다 △사진속 그림자가 여러 방향이다 △달 사진에 보면 별이 안 보인다 △컴퓨터 성능이 안 좋았던 1960년대 기술로 어떻게 달 착륙 궤도를 계산했나 △발사대가 없는 달에서 어떻게 다시 지구로 복귀했나 △아폴로 계획 이후 왜 달에 가지 않나 등입니다. 그런데 조금만 안을 들여다보면 이 주장들이 모두 과학적 근거가 빈약함을 알 수 있습니다.
공기가 없는 달에 꽂힌 미국 국기가 펄럭인다
달 표면에 세워져 있는 성조기가 펄럭이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달은 진공상태이기 때문에 공기의 흐름과 바람도 없습니다. 깃발을 세우면 펄럭이지 않아야 하는 게 맞습니다. 정치적 목적이 앞섰던 달 착륙의 주된 목표는 달에 미국 국기를 세우고 전세계에 ‘우리가 최초로 달에 갔다’고 과시하기 위함이었어요.
그런데 깃발이 축 쳐져 있으면 볼품도 없고 달에 가장 먼저 갔다는 상징적인 표시도 잘 안 나겠죠. 그래서 나사는 성조기 윗부분에 막대를 꽂아 펄럭이는 것처럼 보이게 연출했습니다. 달 표면에 세워진 성조기 사진을 자세히 보면 막대가 꽂혀 있는 게 보입니다.
사진 속 그림자가 여러 방향이다
그림자의 방향이 다른 것도 쉽게 설명이 가능합니다. 달 표면은 울퉁불퉁 하기 때문에 그림자의 방향이 다른 겁니다. 특히 달 표면은 먼지로 가득 차있고, 그 먼지들은 반사판과 같은 역할을 하죠.
그래서 광원은 태양 하나일지라도 그림자의 방향은 사물의 크기와 길이에 따라 방향이 조금씩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이는 지구의 평지 중 울퉁불퉁한 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똑같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달 착륙 날조론자들은 스튜디오에 조명이 여러 개 있어 그림자 방향이 다르다고 주장하는데 만약 그렇다면 그림자도 1개 이상이어야 하죠. 하지만 달 사진의 그림자는 모두 1개입니다.
달 사진에 보면 별이 안 보인다
그렇다면 달 사진에서 하늘(뒷배경)은 까만데 왜 별은 안 보일까요?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나사의 우주비행사들이 달에 착륙한 시간은 태양이 떠 있을 때 즉, 지구로 말하면 낮 시간이었습니다. 낮에는 별빛이 보이지 않는 게 당연합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카메라의 노출입니다. 당시 영상과 스틸 사진은 우주비행사들이 달에서 활동하는 모습이 잘 보이게 담아야 했기 때문에 카메라를 ‘주간 노출’로 설정했습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달 표면을 비롯한 우주비행사들의 활동이 전부 하얗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카메라의 설정은 작은 별빛을 담아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별이 안 보였던 거죠. 만약 우주비행사들의 활동 보습이 선명히 보이고 별도 잘 보였다면 이거야 말로 조작의 근거입니다.
그렇다면 왜 달에서 활동했던 시간은 낮인데 하늘은 까맣게 보이는 걸까요? 그 이유는 바로 달의 대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달에는 대기가 없어서 빛의 산란 현상이 일어나지 않고 지구처럼 낮 하늘이 푸른색이 아니라 까만색인겁니다. 2019년 달 뒷면에 착륙한 중국의 달 탐사선 ‘창어 4호’의 사진에도 별의 모습은 찍히지 않았죠.
컴퓨터 성능이 안 좋았던 1960년대 기술로 어떻게 달 착륙 궤도를 계산했나
달 착륙에 있어 사실 컴퓨터의 성능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당시 나사는 달의 궤적과 우주선의 속도 등을 지상의 컴퓨터로 미리 계산했고, 달 착륙선에 있는 컴퓨터는 실시간으로 약간의 보정만 했을 뿐입니다.
우주선이나 인공위성에 쓰이는 컴퓨터는 지금도 고급사양이 아닙니다. 컴퓨터가 고급사양일수록 반도체의 민감도가 증가해 쉽게 고장날 수 있기 때문이죠.
발사대가 없는 달에서 어떻게 다시 지구로 복귀했나
이는 우선 달의 중력을 이해해야 합니다. 달의 중력은 지구의 6분의 1이죠. 즉 지구보다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이 부족하고, 이는 곧 달을 탈출할 때 그 만큼 힘이 덜 든다는 겁니다.
지구에서 중력을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서는 초속 11.2㎞의 속도로 올라가야 합니다. 이에 비해 달에서는 초속 2.38㎞ 정도의 속도로도 달 중력을 벗어날 수 있어요.
이런 계산 하에 아폴로 우주선에는 또 다른 기능(옵션)이 있습니다. 아폴로 우주선에는 3명의 승무원이 탑승하고, 2명만 달에 내립니다. 그리고 1명은 사령선이라는 우주선에서 달 궤도를 계속 돌고 있죠.
아폴로 11호의 경우 닐 암스트롱, 버즈 올리린, 마이클 콜린즈 3명이 달로 향했고, 달에는 암스트롱과 올드린만 내렸어요. 달까지 간 콜린즈는 달을 밟아보지 못하고 사령선 위에서 두 동료들이 임수완수를 할 때 까지 기다리면 달 위의 궤도를 빙빙 돌고 있었죠.
달에서의 임무를 마친 암스트롱과 올드린은 상승선을 타고 조금만 위로 날아오르면 됐고, 이때 콜린즈가 타고 있던 사령선과 도킹을 해 서로 만난 후 사령선을 타고 지구로 귀환한 겁니다.
아폴로 계획 이후 왜 달에 가지 않나
미국이 달에 간 1969~1972년은 러시아와 우주경쟁을 하던 시기입니다. 사실 미국이 달에 가는 이유는 러시아보다 우주과학이 발달해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함이었고, 그래서 여기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였죠. 당시 아폴로 프로젝트에 투입된 예산은 우리돈으로 150조원이었어요.
미국은 1969년부터 총 6번에 걸쳐 달에 다녀왔죠. 자국의 목표는 확실히 이룬 셈이고 더 이상 달에 갈 이유가 없었습니다. 더 이상 실익도 없는 달 탐사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부을 이유가 없었던 입니다.
나사에 예산을 주는 미국 의회에서도 회의론이 팽배했습니다. 아폴로 15호부터는 달착륙 시청률도 현저히 떨어지고 사람들의 관심도 멀어지는 상황에서 미 의회는 “계속 달에 가야 하느냐”고 나사를 압박했습니다.
나사의 달 착륙 계획은 아폴로 18호까지였지만 17호에서 중단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습니다.
지금까지는 달 착륙이 왜 거짓이 아닌 사실인지를 과학적 이론을 통해서 알아봤는데요, 이런 설명은 오래전부터 나왔지만 아직도 이를 믿지 못하는 이들이 꽤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 기사에서는 과학적 이론이 아닌 실제로 눈에 보이는 사실로 달 착륙의 증거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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