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올해도 감사보고서 제출 기한을 지키지 못한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는 외부 회계감사가 순조롭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돼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결산 법인 중 12개사(코스피 4개사, 코스닥 8개사)가 감사보고서를 기한 내에 제출하지 못한 것으로 21일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3월 1~20일) 9개사(코스피 1개사, 코스닥 8개사)에 비해 소폭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지난해 코스피·코스닥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 기업 수인 73개사를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은 대부분 회사 측에서 외부 감사기관에 자료를 제때 제출하지 않거나 재무제표상 문제가 발생해 회계법인이 추가 자료를 요청하는 경우 많이 생긴다. 대표적으로 DL(000210)은 감사 내용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 제출이 늦어져 예정보다 하루 늦게 감사보고서를 제출했다. 하림지주(003380) 역시 20일 공시를 통해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외부 감사인의 절차가 완료되지 않아 제출이 늦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달 말 주요 상장사들의 정기 주총이 몰려 있는 것을 고려하면 향후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 사례는 늘어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에도 3월 29일 슈퍼 주총 데이를 앞두고 23일 하루에만 코스닥 상장사들 중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 공시가 28건이 쏟아졌다.
올해 감사보고서 제출이 지연된 기업들 중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거나 수년째 적자를 기록하는 기업도 있어 특히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 한송네오텍(226440)은 앞서 반기보고서 회계감사에서 ‘의견 거절’을 받은 후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바 있다. 조광페인트(004910)는 2019년 적자 전환한 후 지난해에도 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상습적으로 마감 기한을 어기는 기업들도 있다. 스튜디오산타클로스(204630)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감사보고서를 기한 내 제출하지 못했다. 이 소식에 주가도 영향을 받으며 이날 스튜디오산타클로스는 6.82% 하락한 615원에 거래를 마쳤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감사보고서를 제때 제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은) 시장에서 부정적인 시그널로 해석하기 때문에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거래소 관계자도 "감사보고서 제출이 늦어지는 기업들은 감사인 의견이 ‘거절’이거나 ‘비적정’인 경우도 있다”며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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