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해외 진출을 목표로 만든 작품입니다. ‘안중근’ 콘텐츠는 미국, 유럽 등 (지배와 피지배의 경험을 모두 갖고 있는) 강대국에서 더 많은 이야기거리가 될 것입니다.”
뮤지컬 ‘영웅’이 누적관객 100만 돌파를 앞두고 특히 국내 창작 뮤지컬 성장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서울경제와 만난 ‘영웅’의 한아름 작가는 “뮤지컬 ‘영웅’이 한국 창작 뮤지컬의 이정표가 됐으면 한다”며 이같은 포부를 밝혔다.
한국 뮤지컬사에서 ‘영웅’의 의미는 남다르다. 창작이 저평가 받던 국내 시장에서 소재마저 비주류인 국내 역사물이 탄생했고, 각종 국내 뮤지컬 상을 휩쓸었다. 14년 된 공연이지만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2월 2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열린 시즌 9의 객석 점유율은 90%에 달하는 등 명실상부 스테디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기도 하다. 제작사에 따르면 오는 28일 ‘영웅’은 밀리언셀러(100만) 자리에 오를 예정이다. 국내 창작 뮤지컬 중 ‘명성황후(2007년)’, 소극작 공연 ‘빨래(2022년)'에 이어 세 번째다.
지난 17일부터 시작된 시즌9의 연장공연 중 들려온 희소식이다. 영웅의 성공에는 전작 뮤지컬 ‘명성황후’를 성공시킨 윤호진 에이콤 예술감독의 안목이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작품을 대중에게 알린 일등공신은 역시 스토리다. 안중근 생애 마지막 1년에 집중한 창의적 기획, ‘누가 죄인인가’ ‘명성황후를 시해한 죄’ 등 대사는 한 번 들으면 잊기 힘들 정도로 웅장하다.
아이디어의 근원은 무엇일까. 작가는 “덕질”이라고 답했다. 일제강점기 배경의 콘텐츠는 각색이 어렵다. 자료도 부족하고 대중도 예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재미와 극적 서사를 놓칠 수도 없다. 작가는 결국 더 많은 자료 수집으로 상황을 정면 돌파했다. 그는 “당시까지 안중근 소재의 콘텐츠 중 성공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부담이 컸지만 스태프들과 5년간 하얼빈 일대를 수 차례 답사 하며 팩트 발굴에 시간을 쏟았다"고 설명했다.작품 속 가상의 여성 ‘설희’는 이런 노력의 결과물이다. 그는 “조선시대에 지금의 ‘국가정보원’과 유사한 정보 조직이 있었다는 사실을 문헌에서 찾았다"며, "이 조직에 여성이 있다면 그건 조선시대 궁중과 양반가 여인을 제외한 학식이 가장 뛰어난 여성, 궁녀일 것이라고 상상했다"고 설명했다
해외진출 성공과 함께 한 작가의 꿈은 ‘안중근의 사상이 널리 알려지는 것’이다. 그는 "작품 속 2막의 넘버 ‘동양평화’가 스토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공연을 보고 꼭 공부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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