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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규의 '크래프톤 웨이'.. 제2의 '배그 신화' 만들까 [양철민의 아알못]

'IT업계 신화' 장병규, 경영 일선 복귀

섬세하지만 추진력 강한 전략가

IPO 이후 느슨해진 분위기 다잡아

주가 3분의 1토막.. '제2의 배그' 절실

보상체계 개편·출시게임 확대로 흥행↑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




최근 게임업계에서 가장 비판을 많이 받는 이는 누구일까. 생각은 각자 다르겠지만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의 경우 최소 ‘게임 업계에서 욕 많이 먹기’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 것으로 보인다.

2021년 8월 크래프톤 상장 당시 1주당 공모가( 49만8000원) 및 같은해 11월 기록한 최고가(58만원)와 비교해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현재 크래프톤 주가는 고점 대비 3분의 1 수준인 17만7200원(22일 종가 기준)에 불과하다.

물론 장 의장 측도 할 말이 많아 보인다. 장 의장의 크래프톤 지분율은 14.53%이며, 그가 창업한 본엔젤스 지분 등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칠경우 장 의장 측 지분율은 22.18%까지 뛴다. 주가하락으로 가장 큰 손해를 입은 사람은 장병규 본인이다. 그렇다고 공모주에 투자했던 크래프톤 직원들과 일반 투자자들의 원성이 잦아들기는 힘든 상황이다.



시대의 변화와 세간의 비판에 누구보다 예민하게 반응하는 장병규 의장 또한 노심초사 하는 모습이다. 결국 이 같은 위기 상황 타파를 위해 장 의장이 꺼내든 카드는 경영 일선 복귀다.

최근 기자와 만난 장의장은 ‘게임은 흥행 여부를 알기 힘든 산업이기 때문에 타석에 최대한 많이 서는 방식으로 기회를 노리겠다’며 향후 사업방향을 언급한 바 있다. 특히 2021년 상장 후 다소 들뜬 크래프톤 내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서는 크래프톤 창업 후 사실상 ‘군기반장’ 역할을 맡았던 장 의장의 경영복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렇다면 장 의장의 경영 복귀가 ‘제2·제3의 배틀그라운드’ 대박과 같은 연타석 홈런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미래 예측이 쉽지 않지만 최소 크래프톤 산하 게임개발 스튜디오의 내부 긴장감이 이훨씬 높아질 것이라는 추측은 가능하다. 장 의장 본인의 목소리가 담긴 ‘크래프톤 웨이’라는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우선 장 의장의 경영복귀로 크래프톤 산하 스튜디오의 게임개발 일정 및 시스템은 보다 팍팍하게 굴러 갈 가능성이 높다. 크래프톤 웨이라는 책에서 묘사된 장 의장은 예민하고 심지가 굳으며 종종 고뇌하는 타입이다. 과단성있는 돈키호테라기 보다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햄릿에 가까운 인물이다. 또 타인을 많이 배려하지만, 화가나는 일이 생기면 자신의 분노에 나름의 정당성을 부여하며 직원들을 몰아 붙인다. 속을 알기 어렵기에 직장 상사로 모시기 힘든 타입이다. IT업계 창업자라고 생각하면 흔히 연상되는 이재웅 다음 창업자와 같은 ‘괴짜’ 이미지와도 완전히 결을 달리한다.

그렇긴 해도 장 의장은 천상 사업가다. 그는 해당 저서에서 ‘돈과 상관없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뭔가를 이뤄가는 과정에서 존재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네오위즈 창업과 첫눈 매각 등으로 수백억원의 자산가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물질적 풍요 보다는 성취감이야 말로 본인의 존재 이유라 확언한다.

사업가로서의 뛰어난 점도 여럿 살펴볼 수 있다. 해당 저서에서 장 의장은 결정은 신중히 내리되 한번 내린 결정은 강한 추진력으로 밀어 붙이는 모습을 종종 보인다. 그는 ‘생각을 거듭할 때 한강공원에 나가 숙고의 시간을 가진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반드시 의사결정을 한다. 그 결정을 주변에 한동안 공개하지 않고 생각이 바뀌는지를 살핀다. 중요한 결정은 2~3주, 나머지는 1주간 묵히며 그래도 여전한 지 확인한 후 결정을 내린다. 그 뒤에 후회하지 않고 뒤를 돌아보지 않고 결과에 책임진다’고 말한다.



그는 게임 사업의 특수성과 경영진의 역할에 대해 매번 고민한다. 그는 해당 저서에서 ‘제작진이 알아서 게임을 개발한다. 그 대신 한정된 자원을 공유하기 때문에 경영진의 견제를 받는다’고 말한다. 실제 장 의장은 최근 크래프톤의 ‘게임 흥행 타율’이 안좋아 진 것과 관련해 기업공개 이후 가용 가능한 자원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되묻는 중이다.

사업가 측면으로 보면 장 의장은 소통을 중시하는 그의 태도와 상반되게 누구보다 엄격하다. 그는 ‘나는 돈을 투자해 회사 지분을 얻었고 당신은 재능을 투자해 지분을 얻었다’며 창업 멤버인 게임 개발 책임자를 압박하는 모습을 종종 보인다. 또 ‘성과를 내지 못하는 조직은 죽은 사람과 같다고 생각한다. 죽은사람에게 인격이 있나, 일단 살아야 인격이 있다’고 직원들을 종종 다그친다.

장 의장의 인재관도 확실하다. 그가 좋아하는 직원은 소통, 근면, 자기계발 등의 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그는 해당 저서에서 ‘일 잘하는 사람 이전에 대화가 통하는 사람. 경험한만큼만 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배우고, 소통하려는 자세를 갖춘 지식 근로자’를 같이 일하고 싶은 좋은사람으로 정의한다.

장 의장은 또 ‘부속품이 아닌 대체 불가능한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자발적인 성장이 필수다. 그러려면 시간관리를 하며 지속적으로 학습해야 한다. 인재는 현장에서 지식을 습득해 효율적으로 일한다. 다른 구성원과 대화와 협업을 통해 의사결정을 내리고 결과적으로 조직의 목표와 성과에 공헌한다. 무릇 인재라면 스스로 고민하며 책을 읽고, 옆 동료와 대화하면서 자신을 제련해야 한다’고 밝힌다. 일견 장 의장 본인에 대한 묘사로도 읽힌다.

사람을 다루는 일에 대한 고민도 상당하다. 그는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제작물에 대한 타인의 비판에 예민해 한다. 그것을 극복하고 제때 공유하며 비평을 수용해야 발전이 있다. 비판을 양분 삼아서 창조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은 자칫 비판에 대한 반감으로 시키는 업무만 수동적으로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지시에 잘 따르는 구성원을 높게 평가하는 조직 수장을 최악이라 생각한다’며 간부급 인사에 대한 의견도 거침없이 말한다.



다만 장 의장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근면성 및 이타심에 대해 불신하는 면모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의 경영방식에 대해 직원들의 불만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인간적으로 가장 힘든 것은 이기적인 구성원들과의 끊임없는 대화다. 이기심을 자기합리화한 구성원들과의 대화는 감정적으로도 지친다. 역할과 책임보다는 보상과 권한을 우선 생각하게 된다’고 말한다. 또 ‘일정 수준 이상의 근면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누구나 일정 수준 이상의 게으름은 가지고 있고 이를 규율하는 방법 중 하나로 출근시간 엄수는 의미가 있다’, ‘많은 직원이 자신을 대단한 지식 근로자인 것으로 착각한다. 놔두면 알아서 일하고, 알아서 근태 관리하고, 그러면 성과도 나오는 줄 아는 것 같다’고 말한다. 확실히 직장 상사로서 모시기 힘든 타입이다.

장 의장은 향후 경영인으로서 크래프톤의 사업방향 설정 및 구체적 실행방안 마련에 상당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방향이 없는 실행은 무의미하며, 실행이 없는 방향은 공허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리더는 한정된 시간과 정보만으로 기업이 처한 상황을 파악해내야 한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읽어야 한다. 읽었으면 어디로 갈 것인지, 무엇을 할 것인지 작전을 짜야 한다. 경영자는 평론가나 학자가 아니다. 결단했어도 실행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장 의장의 전면 등판에 따른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결국 중요한 것은 성과다. 크래프톤은 오는 28일 상장 후 두번째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 김창한 대표와 장병규 의장의 재선임이 주요 안건이다. 반면 소액주주들은 크래프톤의 주가 하락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설 기세다.

‘IT업계의 미다스 손’으로 불리며 충분히 본인을 입증했다 평가받는 장병규 의장이지만, 또다시 본인의 이름값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가총액 8조원 규모 기업의 이사회 의장이자 창업자인 장 의장은 제2·제3의 배틀그라운드 신화를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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