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와 생성형 인공지능(AI)에 이어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가 가장 눈독을 들이고 있는 분야는 ‘메타버스’다. MS는 메타버스 구축의 핵심인 지식재산권(IP) 확보를 위해 인수합병(M&A)에 수십조 원을 쏟아붓고 있으며 이를 자사 클라우드 서버 및 AI 기술과 접목할 경우 엄청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MS가 나델라 CEO 취임 후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보다는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 집중해온 만큼 산업용 메타버스 시장을 우선 공략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한다.
2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영국의 반독점 규제 기관 경쟁시장청(CMA)은 MS의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를 사실상 허가하기로 했다. MS는 지난해 초 687억 달러를 들여 블리자드를 인수한다고 발표했지만 각국 규제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블리자드는 지금까지 30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기록한 ‘콜 오브 듀티’를 비롯해 디아블로·워크래프트·스타크래프트·오버워치 등의 게임을 개발했다. 블리자드 인수 완료 시 MS의 IP 경쟁력이 껑충 뛸 수밖에 없는 구조다.
MS는 2001년 콘솔 게임기 ‘엑스박스’를 출시했지만 소니나 닌텐도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했다. 게임 분야에서 MS의 성과는 2014년 2월 나델라 CEO 취임 후 M&A를 통해 본격화됐다. MS는 2014년 9월 25억 달러를 들여 전 세계적으로 약 2억 4000만 장이 팔린 ‘마인크래프트’의 개발사 모장을 인수했으며 2020년 9월에는 75억 달러를 들여 온라인 게임 ‘폴아웃’으로 유명한 제니맥스미디어를 인수하기도 했다.
MS는 글로벌 2위 점유율을 자랑하는 자사 클라우드와 게임 서비스를 결합하며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2017년 내놓은 월정액 방식의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 ‘게임박스’가 3000만 명가량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MS가 향후 ‘게임 업계의 넷플릭스’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 같은 구독자 모델 방식으로 MS의 게임 부문 매출은 2020년 회계분기 115억 7500만 달러에서 2022년 회계분기 162억 3000만 달러로 2년 새 1.5배 늘었다. 게임 이용자의 사용자경험(UX)이 메타버스와 유사한 만큼 향후 이용자 확보에 유리한 고지에 서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메타버스 시장이 아직 초기인 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분야의 최강자인 메타(옛 페이스북)가 해당 분야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만큼 MS가 수익성이 확실한 산업 분야에 우선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 MS는 올 초 메타버스 프로젝트 ‘알트스페이스VR’과 ‘혼합현실 툴킷’을 종료한 반면 지난달 증강현실(AR) 기기 ‘홀로렌즈’의 소프트웨어(SW) 업데이트를 발표하며 산업 부문 기능 확대에 초점을 맞춘 바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