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벨라루스에 전술핵을 배치할 계획을 밝히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미국 백악관이 이를 강력히 비판했다. 서방 진영은 다만 러시아가 벨라루스로 핵을 옮기려는 징후는 아직 없다면서, 핵 태세 조정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나토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동맹국인 벨라루스와 전술핵 배치에 합의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러시아의 핵위협은 위험하고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국영TV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마찬가지로 동맹국에 러시아 전술핵을 보낼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푸틴 대통령은 지금껏 수차례 핵 위협을 했으나 ‘벨라루스 전술핵’ 배치는 가장 분명한 핵 신호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나토 국가들은 벨라루스가 위험한 길을 가고 있다고 압박했다. 호세프 보렐 유렵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트위터에 “벨라루스가 러시아 핵무기를 받아들이는 것은 무책임한 긴장 고조 행위”라면서 “EU는 벨라루스에 대한 추가 제재로 대응할 태세가 돼 있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는 "푸틴 대통령이 끌어들인 나토의 핵공유 관련 비유는 사태를 오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토와 미국 정부는 다만 러시아가 아직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CBS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푸틴 대통령이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한다는) 선언을 이행했거나 어떤 핵무기를 옮겼다는 징후를 보지 못했다"면서도 "핵무기를 사용하면 분명히 중대한 선을 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의 직접적 핵 위협의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벨라루스를 인질로 삼은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이 문제를 두고 유엔이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러시아가 국외에 전술핵을 배치할 경우 이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처음이다. 1991년 옛 소련 붕괴 당시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스·카자흐스탄 등 신생 독립 4개국에 핵무기가 배치됐는데, 이듬해 각국이 러시아로 핵탄두를 옮기는 데에 동의함에 따라 1996년 이전이 완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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