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박한 오프로드용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지프(Jeep)라는 브랜드를 생각하면 떠오르던 이미지다. 80년 넘게 정통 SUV를 만들어온 탓에 지프는 주로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운전자에 적합한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직접 경험한 ‘올 뉴 그랜드 체로키’는 지프에 대한 생각을 바꿔놓았다. 올 뉴 그랜드 체로키는 고급스러우면서도 강력한 주행성능, 편안한 실내까지 두루 갖춘 다재다능한 패밀리 SUV였다.
1992년 첫 선을 보인 그랜드 체로키는 변화를 거듭해 5세대 모델로 국내에 출시됐다. 외관은 투박함을 걷어냈고 실내에는 각종 편의사양을 더했다. 지프 디자인의 정체성인 7개로 나뉜 라디에이터 그릴은 그대로 계승했다. 그러면서도 그릴과 범퍼의 굴곡을 다르게 만들어 디자인을 한층 입체적으로 구현했다. 얇게 디자인한 수평형 발광다이오드(LED) 헤드라이트는 그릴과 어우러지며 날렵한 인상을 더한다.
측면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지붕과 유리창 상단을 두른 크롬 장식이 정돈된 느낌을 준다. 후면은 램프 등을 수평형으로 디자인해 차체가 더 커보이게 만든다.
차체는 우람하다. 전반적으로 안정되고 다부진 느낌이다. 길이(전장)가 4900㎜, 높이(전고)는 1790㎜에 이르며 휠베이스(축간거리)는 2965㎜다. 제네시스 GV80과 비교하면 차체의 길이가 짧지만 높이는 75㎜ 더 높다.
실내는 고급스러움을 극대화했다. 가죽과 나무 무늬를 적절히 섞어 안정감을 준다. 전면 패널에는 10.25인치 컬러 클러스터 디스플레이를, 센터페시아에는 10.1인치 터치 스크린 디스플레이를 배치했다. 두 화면 모두 시인성이 좋아 편안한 조작을 돕는다. 특히 터치 스크린에는 국내 운전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티맵(Tmap) 내비게이션을 기본으로 적용해 편의성을 높였다.
스티어링휠은 차체 크기 만큼이나 큼직하다. 다만 무거운 게 흠이다. 국산차와 비교하면 조작할 때 팔이 뻐근해질 정도로 묵직하다. 일부 운전자에는 불편할 수 있다.
파워트레인은 2톤이 넘는 육중한 차체를 가볍게 굴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3.6ℓ 6기통 가솔린 엔진을 적용해 최고출력 286마력, 최대토크 35.1㎏·m의 힘을 발휘한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린다. 저속에서는 차체 크기 탓에 가속 시 답답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일단 속도가 붙으면 진가를 발휘한다. 가속 페달을 밟는 만큼 경쾌하게 속도를 낸다. 차체 높이 탓에 곡선 주행 시 일부 휘청거림은 느껴진다.
에어 서스펜션을 갖춰 간단한 버튼 조작만으로 차체의 지상고(지면과 차 바닥 사이의 거리)를 5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지상고를 낮추면 주행 안정성이 높아지며 거친 도로를 지날 때에는 지상고를 높이는 게 좋다. ‘쿼드라 리프트 에어 서스펜션’을 적용한 덕분에 과속방지턱이나 요철을 넘을 때에도 안정감을 유지한다. 충격을 최소화해 마치 편안한 소파에 앉아있는 듯 하다.
고급 오디오 제조사 ‘매킨토시’의 사운드 시스템을 갖춰 감성 품질도 높였다. 매킨토시는 올 뉴 그랜드 체로키만을 위해 19개의 스피커를 포함한 오디오 시스템을 제작했다. 시속 100㎞ 이상 속도를 내봐도 또렷하고 풍부한 음질을 제공한다. 매킨토시의 상징인 푸른색 패널 디자인까지 그대로 터치 스크린 디스플레이에 심어 오디오 마니아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가격은 높게 설정됐다. 올 뉴 그랜드 체로키 리미티드가 8550만 원, 오버랜드가 9350만 원이다. 소비자가 부담을 느낄만한 가격이지만 수준급 주행성능과 승차감, 편의성을 고려하면 납득이 간다. 오프로더의 감성을 품은 패밀리 SUV를 찾는다면 올 뉴 그랜드 체로키는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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