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인 리벨리온 등이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해 세계 벤처캐피털(VC)의 수도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투자 유치에 나선다. 자본력과 해외 네트워크가 탄탄한 KDB산업은행이 주관사 역할을 하며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과 사업 협력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리벨리온과 셀렉트스타 등 5곳의 국내 유망 스타트업들이 다음 달 20일(현지 시간) 실리콘밸리에서 산은이 개최하는 글로벌 라운드에서 현지 VC들을 상대로 기업설명회(IR)를 한다. 실리콘밸리 서니밸리에 위치한 플러그앤드플레이 테크센터에서 진행되는 IR에는 강석훈 산은 회장을 비롯해 국내 VC와 벤처 업계 관계자 150여 명도 참석한다.
글로벌 라운드는 산은이 국내 스타트업들의 투자 유치를 지원하는 행사인 ‘넥스트라운드’의 해외판이다. 산은의 글로벌 라운드는 그간 중국 선전과 상하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싱가포르 등에서 열렸으며 실리콘밸리에서 개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I 반도체 설계에 특화된 리벨리온은 지난해 산은을 비롯해 미래에셋벤처투자(100790)·SV인베스트먼트(289080)·IMM인베스트먼트·파빌리온캐피털·KT 등으로부터 92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화제가 됐다. 이후 미국 법인 설립에 나서는 등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리벨리온의 박성현 대표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반도체 설계 관련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인텔과 스페이스X 등에서 일해 미국 반도체 시장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추고 있다.
셀렉트스타는 AI 기반 학습 데이터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벤처스와 컴퍼니케이(307930)파트너스·CJ인베스트먼트 등이 주요 투자자로 포진해 있는 셀렉트스타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연구진과 함께 작성한 논문인 ‘실시간 방송 채팅 내 규범 위반 분석’이 자연어 처리 분야의 세계 3대 학회로 꼽히는 ‘EMNLP’에 등재돼 해외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리벨리온과 셀렉트스타뿐 아니라 국내의 한 유니콘 기업도 글로벌 라운드 참여를 확정했으며 추가로 2곳의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업계의 추천을 받고 있다. 산은은 국내 스타트업들의 투자 유치와 함께 미국 현지에서 창업한 한인 스타트업인 진에딧과 조르디 등도 참여시켜 세콰이어캐피털·코슬라벤처스 등 해외 VC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한다.
특히 산은은 글로벌 라운드 행사 전날인 다음 달 19일 강 회장과 국내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함께 엔비디아와 테슬라 등 현지 빅테크 업체들을 방문하기로 했다. 리벨리온 등이 엔비디아와 자연스럽게 협력의 기회를 모색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산은의 VC 자회사인 ‘KDB실리콘밸리’는 해외 VC 초청부터 벤처 업계 관계자, 스타트업 섭외 등 이번 행사의 전반을 기획했다. 2021년 말 설립된 KDB실리콘밸리는 지난 1년 4개월간 쌓아온 네트워크를 총동원했다. KDB실리콘밸리는 그동안 미국 벤처 업계에 직간접적으로 2500만 달러(325억 원)를 투자했으며 밀레니엄테크놀로지밸류파트너스(MTVP), 에너지트랜지션벤처스, GFT벤처스 등 현지 톱 VC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국내 혁신 스타트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과 해외 투자 유치를 지원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며 “전 세계 벤처 생태계의 메카인 실리콘밸리에서 진행하는 첫 글로벌 라운드인 만큼 많은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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