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조 원의 자산을 굴리는 국민연금공단이 최근 6년간 국내 주식 운용에서 직접투자가 위탁 운용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위탁 운용은 단기간 위험을 짊어지는 대신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 방식으로 장기 수익을 겨낭한 직접투자와 장단기 수익률이 차이가 난다. 다만 최근 시장상황 여파로 단기 수익률 역시 위탁운용이 직접투자보다 저조하면서 위탁운용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발전전문위원회의가 지난달 10일 보고한 '기금의 국내 주식 위탁 운용 현황 및 효율성 제고 방안' 연구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주식의 위탁 운용 누적 수익률은 64.09%, 직접 운용 수익률은 90.45%인 것으로 집계됐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투자 금액의 절반을 위탁 운용에 투입하고 있다. 2016년 국내 주식의 위탁 투자 자금은 47조 6000억 원으로 전체 투자의 46.48% 수준이었다. 2021년 위탁 운용 자금은 81조 5000억 원, 투자 비중은 49.16%로 6년 사이 2.6%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2월 말 기준 국내 주식의 위탁 운용 목표 범위는 45%~65%로 절반 이상 위탁도 가능하다.
국민연금은 직접 투자 시 코스피 대형주를 중심으로 시가총액 비중에 따라 담는 패시브(Passive) 전략을 사용하고 위탁 운용은 주로 펀드매니저의 정보와 역량에 의존해 별도로 투자하는 액티브(Active) 전략을 편다. 위탁 운용은 외부 민간 운용사의 전문성을 활용해 기금운용의 효율성과 수익률을 제고하고, 투자 위험을 분산하려는 목적에서 활용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 규모에 비해 덩치가 큰 국민연금이 대형주 위주로만 투자하면 손실 위험에 노출되고, 주식시장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난 6년 동안 위탁 운용은 직접투자 보다 일부 수익률이 저조했다. 연도별로 △2016년 직접투자 10.0%, 위탁 투자 1.02% △2017년 직접투자 28.4%, 위탁 투자 23.91%를 기록했다. 2021년에는 위탁 투자 수익률이 7.91%로 직접투자(4.0%) 보다 높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수수료를 지급하고도 성과가 나쁜 위탁 운용의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관련기사
국민연금의 한 관계자는 "위탁 운용은 운용사마다 투자 전략이 다르고 운용사 계약 기간에 맞춰 단기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률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내부에서는 위탁 운용 수익률이 낮더라도 투자 위험 분산을 위해서는 위탁 운용을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운용사 선정부터 펀드 성과 평가까지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성적이 저조한 위탁운용사에 대한 감점 규정을 신설하는 등 보완책이 거론된다.
국민연금 5차 재정계산 기금운용발전전문위원회 위원인 이찬진 변호사는 "위탁 운용은 분산 투자를 통해 초과 수익률을 얻기 위한 목적"이라며 "현재 국내 주식 부문에선 초과 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어 운용사 운영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