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카드·핀테크사 등에 대한 지급결제 업무 허용을 둘러싸고 각 업권과 한국은행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3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전날 개최된 제2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양측의 시각차가 확연히 드러났다.
회의에서 각 업권은 지급결제 업무가 허용될 경우 국민 후생 증진에 대한 기대 효과를 발표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증권 계좌 활용성 확대를, 보험연구원은 리스크 관리에 특화된 보험업 역할 확대를 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신금융협회는 금융 소외 계층의 금융 접근성 제고 및 금융 소비자 선택권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봤다. 핀테크산업협회는 ‘원스톱 종합 금융 서비스’ 사업자의 출현으로 다양한 비이자 편익을 제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국은행은 비은행권의 지급결제 업무 허용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은은 “전 세계에서 엄격한 결제 리스크 관리가 담보되지 않은 채 비은행권에 소액결제 시스템 참가를 전면 허용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며 “고객이 체감할 편의 증진 효과는 미미한 반면 시스템 안정성은 은행의 대행결제 금액 급증, ‘디지털 런’ 발생 위험 증대 등으로 큰 폭의 저하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비은행권의 소액결제 시스템 참가 허용은 수신 및 지급결제에 특화된 사실상 ‘내로 뱅킹(narrow banking)’ 도입을 의미하는데, 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며 “특히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과 관련해 결제 리스크 관리를 한층 강화해야 하는 현시점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외에 ‘동일 기능, 동일 리스크, 동일 규제’ 관점에서 지급결제 시스템에 참여한 기관은 은행 등과 유사한 건전성 및 유동성 규제가 적용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김 부위원장은 “비은행권의 지급결제 문제는 효율성과 안정성 간 상충 관계를 충분히 감안해야 하는데 소비자의 편익과 지급결제 리스크 등을 단순히 비교·형량해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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