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투자 업계를 출입하면서 누구를 만나더라도 반드시 입에 오르는 이름이 있다. 바로 금융감독원장 ‘이복현’이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그야말로 최고의 슈퍼스타다. 그를 향한 관심이 ‘최연소’ ‘첫 검사 출신’ ‘공인회계사 자격증 소유자’ 등 화려한 수식어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다. 핵심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이자 복심’이라는 세간의 인식이다. 일각에서는 차관급인 이 원장을 장관급인 김주현 금융위원장보다 위에 두면서 ‘금융권의 대통령’ ‘진짜 실세’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현재까지 이 원장은 금융 당국 수장으로서 예상보다 잘 안착한 듯하다. 특유의 친화력과 관가·증권가에 실핏줄처럼 엮인 서울대 경제학과 인맥을 토대로 활발히 소통하는 인사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수부 검사 시절 무시무시했던 수사 전력에 대한 기억도 지금은 꽤 희석됐다.
문제는 이 원장이 용산 권력과 밀접하다고 추정되는 탓에 정치적 억측이 지나치게 무성하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소문이 ‘올여름 사퇴, 내년 총선 출마설’이다. 이 원장이 조기 퇴진 가능성을 수차례 부인했음에도 말이다.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그는 14일 비공개 임원 회의에서 “금감원에 거머리처럼 딱 붙어 끝까지 열심히 일하겠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했다고 한다.
이 원장은 설령 억울하더라도 이 같은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 원장의 진의를 곧이곧대로 믿는 이가 아무도 없다는 뜻이기에 그렇다. 바꿔 얘기하면 증권가 사람들이 벌써 이 원장을 순수한 기관장이 아니라 말 바꾸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기성 정치인처럼 여긴다는 의미일 수 있다. 자칫 금융투자 업계 해외 진출 독려, 소유 분산 기업 경영진 관련 의결권 행사 유도, 수수료·이자율 인하, 토큰증권발행(STO) 제도화, 대체거래소(ATS) 도입, 각종 불법행위 조사 등 이 원장이 추진하는 정책 대다수가 관치 금융이나 출마를 위한 업적 쌓기로 비칠 우려도 있다. 가뜩이나 여소야대 국면이라 이들 정책이 단기간에 결실을 맺을 것이라 기대하는 시선도 전무한 상황이다.
이 원장이 정말 대한민국 금융계 발전에 진심을 다한다면 정치권과 좀 더 강하게 선을 긋는 언행을 보여야 한다. 금감원장조차 한낱 국회의원 배지, 대통령실 외풍에나 연연하면서 1년 남짓 스펙만 쌓는 인물이라면 어느 국민이 우리 금융을 신뢰하겠는가. 더군다나 금융은 신용을 먹고사는 산업이다. 이 원장이 그의 약속대로 3년 임기를 마치는 역대 네 번째 금감원장으로 남기를 기대해 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