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전기·가스요금이 사실상 동결되면서 한국전력(015760)을 필두로 한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 개선은 당분간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기업별로 자산 매각 등 자구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에너지 가격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1일 정부 등에 따르면 에너지 공기업들은 올해 총 6조 5038억 원 규모의 재정 건전화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한전 및 발전 6개사 3조 3000억 원 △한국가스공사(036460) 2조 7000억 원 △지역난방공사 5038억 원 등이다. 유휴 자산 매각, 비효율 사업 및 인원 구조 조정 등에 집중돼 있다.
문제는 이런 재무 건전화 노력을 한다고 해도 에너지 공기업들의 재무가 개선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전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33조 원에 달한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한전이 올해 9조 원이 넘는 손실을 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전은 2022~2026년 20조 원의 재정 건전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지난해 영업손실에도 크게 못 미치는 목표치다. 한전은 토지 등의 자산 재평가를 통해 7조 원 규모의 재무 개선 효과를 노리겠다는 방침이지만 실제 현금이 들어오는 게 아닌 ‘장부상 개선’에 불과하기 때문에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한전 관계자는 “자산 재평가는 2024년에 시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가스공사도 미수금이 올해 1분기 12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전기요금 인상이 불발된다면 한전의 올해 영업손실은 12조 6000억 원을 기록하고 내년 영업이익은 2조 원에 불과해 재무구조 개선 부담이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정부는 4월부터 전력도매가격(SMP)상한제를 재시행하지만 이도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있다. 특히 SMP상한제를 시행할 경우 한전의 수익성은 유지되는 대신 민간 발전사의 사업에는 큰 손실이 불가피하다. 한 발전 업계 관계자는 “전기·가스요금 인상이라는 정공법밖에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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