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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양극재 배터리도 美 전기차 보조금 받는다…날개 단 K-배터리 [biz-플러스]

美 재무부 IRA 전기차 보조금 세부지침 공개

양극재·음극재는 부품 아닌 사실상 광물 분류

韓 생산한 양극재로 美서 조립, 밸류체인 유지

인니·아르헨 조달 광물도 韓 50% 가치 더해

가공하면 韓 광물로 인정…배터리 업계 호재

정부 "우리 정부와 업계 의견 상당부분 반영"

단일공장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포스코퓨처엠의 광양 양극재 생산공장. 사진제공=포스코퓨처엠




한국에서 생산한 양극재와 음극재로 제조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도 미국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보조금을 받는다. 니켈·리튬 등 배터리의 핵심광물을 인도네시아·아르헨티나 등에서 조달하더라도 한국에서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더하는 형태로 가공하면 이 역시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국내 배터리 업계가 현재의 생산 공정과 광물 조달처를 바꾸지 않아도 보조금 대상이 된다는 의미로 수혜가 예상된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31일(현지시간) IRA의 전기차 보조금(세액공제) 지급을 결정하는 배터리 부품 및 광물 세부 지침을 공개하고 4월 18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IRA는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대해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지급한다. 그 중 절반인 3570달러는 ‘배터리 핵심광물’ 조건을, 나머지 절반은 ‘배터리 핵심부품’ 조건을 충족해야 받을 수 있다. 이날 공개된 것은 이 두가지 배터리 조건에 대한 세부지침이다.

지침에 따르면 4월 18일부터는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가공한 배터리 광물을 40%(2027년 80%) 이상 사용한 배터리와 북미산 배터리 부품을 50%(2029년 100%) 이상 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만 각각 최대 375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다.

양극재·음극재 광물로 분류…K 배터리 생산공정 유지 가능


리튬(왼쪽부터), 원통형 배터리, 니켈, 양극재, 코발트. 사진제공=포스퓨처엠


이번 세부 지침엔 한국 업체들의 입장이 대체로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극재와 음극재가 부품이 아닌 광물 지위를 유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재무부는 배터리 부품 기준과 관련해 △양극판 △음극판 △분리막 △전해질 △배터리 셀 △배터리 모듈 등을 배터리 부품으로 분류하면서 양극재와 음극재는 ‘구성 재료’에 포함시켰다. 두 소재를 사실상 광물로 분류한 것이다. 한국은 양극재·음극재는 국내에서 생산하고, 양극판·음극판 등을 만드는 단계는 미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극재·음극재는 국내기업들이 배터리 셀 제조와 함께 세계 1위 수준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분야다. 국내 기업들은 세계 고급 전기차 대부분이 장착한 삼원계(NCM) 배터리에 사용되는 양극재, 음극재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양극재와 음극재는 배터리 제조 원가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소재로 북미로 생산 조건이 한정될 경우 배터리 업계의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었다”며 “두 소재의 광물 지위 유지는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요구해왔던 것으로 현재의 생산공정을 바꾸지 않아도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인니·아르헨 빠졌지만 韓서 가공하면 인정…K 배터리엔 호재


배터리 핵심광물의 조달국 범위에 인도네시아와 아르헨티나가 제외됐지만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가공할 경우 해당 국가의 광물로 인정하는 조항이 유지되면서 우리 기업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포스코홀딩스의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 전경. 사진제공=포스코홀딩스


재무부는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의 40%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해야 375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한국은 광물 조달국의 범위에 우리 기업들이 니켈·리튬 등을 조달해오는 인도네시아와 아르헨티나도 포함시켜줄 것을 요구했지만 미국 정부는 최근 광물협약을 맺은 일본만 포함시켰다. 유럽연합(EU)은 향후 같은 지위가 부여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번 세부지침에선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광물을 채굴하더라도 한국(FTA 체결국)에서 50% 이상의 가치를 더해 가공할 경우 해당 국가의 광물로 인정해주는 조항이 그대로 유지됐다. 한국 업체들이 지금처럼 니켈·리튬 등을 인도네시아와 아르헨티나에서 가져와 한국에서 가공하면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미 정부가 이번 지침에서 중국·러시아와 같은 우려국가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은 점도 광물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엔 호재다. 단시간 내에 중국 의존도를 낮기 어려운 상황을 감안하면 그만큼 시간을 번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은 니켈·코발트 등 광물의 상당 부분을 중국·인도네시아·아르헨티나 등에서 수입해 가공한 뒤 미국에서 양극판, 음극판, 셀, 모듈 등을 조립하는 과정을 거친다”면서 “K 배터리 제조와 관련된 밸류체인을 크게 흔들지 않아도 IRA상 보조금 지급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파우치형 배터리 셀.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중국 등 우려국 구체적 언급 빠져…향후 추이 지켜봐야


다만 생산세액공제(AMPC)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이번 세부 지침에서 빠진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AMPC는 미국에서 배터리 셀을 생산할 때 1㎾h당 35달러, 배터리 모듈까지 만들 경우 10달러의 보조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제도다. 국내 배터리 3사가 현지에서 제조하는 생산 규모를 기준으로 연간 조 원 단위 규모의 인센티브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관심을 모았지만 추후 별도 내용이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이번 발표에서 ‘우려국가’와 관련한 언급이 빠진 점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당초 이날 발표에 미 재무부는 중국 등 국가를 우려국가로 지정하고, 이 국가에서 생산한 광물이나 부품은 공급망에서 배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미국 포드와 테슬라가 중국의 넝더스다이(CATL)과 기술합작을 추진하고 있어 행정부 차원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 부분이 빠졌다”며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우리 업계와 정부 의견 상당 부분 반영”


정부는 이번 세부지침 규정안에 대해 "우리 정부와 업계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배포한 보도참고자료에서 "미국의 이번 발표로 국내 배터리·소재 업계는 전반적으로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고, 한미 간 배터리 공급망 협력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환영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창양(오른쪽 첫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0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일본계 외투기업 투자 활성화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산업부


특히 소재 기업들은 국내에서 양극재를 가공해도 전기차 세액공제 요건을 충족하게 돼 다양한 투자 옵션을 기업별 상황에 맞게 검토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IRA 세부지침이 우리 업계에 다소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된 것은 정부가 그간 다양한 채널로 미국과 IRA 관련 협의를 진행해온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 IRA 등으로 우리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도록 배려해 달라고 요청했고 산업부 등 관계부처도 공식 의견서 제출과 방미 협의를 통해 우리 의견이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해 왔다"며 "우리 업계가 IRA를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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