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미국 국채 보유량을 늘리며 한때 최대 채권국으로 등극했던 중국이 미국 국채를 계속해서 줄이고 있다.
미국과의 관계 악화에 따라 고조된 지정학적 긴장 관계가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달러 지배력에 대한 경계감의 표출 방안으로 국채 보유량을 줄인다는 이야기다.
3일 미국 재무부가 공시한 국가별 미국 국채 보유량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총 8594억 달러(약 1133조 원)로 전월 대비 약 77억 달러 감소했다. 월 단위로 보면 9392억 달러를 기록한 지난해 7월 이후 6개월 연속 하락세로 그 사이에 9.2% 감소했다. 미 재무부 측은 중국의 미 국채 보유량이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5월 이후 최저치라고 전했다. 연간으로도 계속 하향세를 기록해 10년 전인 2013년과 비교하면 32.3%나 줄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2000년부터 미국 국채 매입을 늘려왔으나 2013~2014년 정점을 찍은 이래 하향세를 보였고 2022년에는 상징적 기준인 1조 달러 아래로 내려왔다”고 전했다.
2018년께 무역 전쟁으로 시작한 미중 간 갈등이라는 지정학적 요소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미 국채 보유량을 줄이며 일본에 미국의 최대 채권국 지위를 넘긴 시점(2019년 초)과 공교롭게도 일치한다.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달러 송금 제한 등 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중국에도 비슷한 제재를 취할 잠재적 위험이 있음을 고려하면 국채 보유량을 줄이는 것이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한 자산운용사의 투자 전략 담당자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이 미 국채에서 손을 떼는 것은 정치적 문제가 커짐에 따른 이해 가능한 반응”이라고 해석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미국 기준금리가 오른 데 따른 손실 회피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 10년물 미국 국채금리는 2022년 초 1.5%대를 유지하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리면서 4%대까지 올랐다. 채권의 경우 수익률이 오르면 가격은 떨어진다.
한편 중국 내에서는 미 국채 보유량과 지정학적 문제 간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장밍 중국 사회과학원 부국장은 “미국 국채 비중이 준 대신 공사채·회사채 비중이 늘었다”며 “중국 당국 주도로 미국 국채를 팔았다는 주장이 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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