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정기 예적금 잔액이 한 달 새 10조 원이 줄며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예적금 금리가 연일 하락하면서 아예 기준금리까지 밑돌자 자금 이탈이 지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3월 말 기준 정기 예적금 잔액은 842조 4292억 원으로 2월 말 853조 226억 원보다 10조 5933억 원 감소했다. 2월의 경우 시중은행들이 예금금리를 더 내리기 전에 ‘끝물 투자’에 나선 금융 소비자들이 많아지며 정기 예적금 잔액이 전월 대비 3조 9359억 원 늘었지만 3월 들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정기 예금은 2월 말 815조 7006억 원에서 805조 3384억 원으로 10조 3622억 원 줄었고, 같은 기간 정기적금 역시 37조 3220억 원에서 37조 908억 원으로 2312억 원 줄었다. 앞서 정기 예적금 잔액은 지난해 하반기 금리 인상에 힘입어 한 달 만에 수십조 원씩 늘었지만 지난해 12월 말에는 전월 대비 9조 9855억 원, 올해 1월 말은 6조 5809억 원 각각 줄었다.
정기 예적금 잔액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시중은행의 금리가 빠른 속도로 내려갔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일부 시중은행들의 정기 예금금리는 기준금리(3.50%)보다도 낮아졌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현재 연 3.40∼3.80% 수준이다. △농협은행 NH고향사랑기부예금 3.80% △우리은행 원(WON)플러스 예금 3.53% △농협은행 NH내가그린(Green)초록세상예금 3.50%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 3.50% △KB국민은행 KB스타(star)정기예금 3.50% △농협은행 NH왈츠회전예금Ⅱ 3.43% △신한은행 쏠편한정기예금 3.40% 순이었다.
반면 요구불예금은 589조 7247억 원에서 598조 2682억 원으로 8조 5435억 원 증가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적금 금리가 낮아지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성 자금이 은행에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여전히 높은 대출금리는 가계대출 감소에 영향을 줬다. 이자 부담을 느낀 금융 소비자들이 대출 상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5대 시중은행의 3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680조 7661억 원으로 2월 685조 4506억 원보다 4조 6845억 원 줄었다. 지난해 1월부터 15개월 연속 감소세다. 세부적으로는 같은 기간 개인신용대출이 113조 4865억 원에서 110조 9402억 원으로 2조 5463억 원 줄었고, 주택담보대출은 512조 7857억 원에서 511조 2320억 원으로 1조 5537억 원 감소했다. 반면 기업대출 잔액은 714조 6748억 원으로 전달보다 3조 7512억 원 많아졌다. 중소기업 대출(602조 3887억 원)이 2조 5209억 원 증가했고, 대기업 대출 잔액(112조 2861억 원)이 1조 2302억 원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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