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여성 김정은씨(30)는 요즘 풋살 재미에 푹 빠져있다. 사내 체육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여성 풋살팀을 꾸렸는데 동료들과 손발이 잘 맞는 데다 상쾌한 공기를 느끼려 매주 1회 새벽에 경기를 뛰고 출근할 정도다. 김 씨는 "운동을 시작하면서 풋살화에 축구 양말, 스포츠 이너웨어까지 장바구니에 담는 상품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스포츠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최근 들어 여성들의 스포츠·레저 활동 범위가 요가나 필라테스 등 실내에서 축구나 야구, 복싱 등으로 확대되면서 관련 의류나 용품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 업체들은 여성 특화 기능성 의류를 개발하거나 사이즈를 다양화하며 새 고객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3일 G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고객의 족구용품 매출은 전년 대비 34% 증가해 남성(27%)을 앞질렀다. 같은 기간 야구용품 매출 신장률도 여성이 52%로 남성(38%)보다 높았다. 절대적인 전체 매출 규모는 아직 남성이 크지만 성장세는 여성이 눈에 띄게 가파르다. 이밖에 배구(34%)와 스쿼시(47%) 용품을 찾는 여성 고객도 늘었다.
무신사 스포츠 전문관 '무신사 플레이어'에서도 올 1분기 여성 고객의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약 4배 증가했다. 그중 축구와 풋살에 특화돼있는 브랜드 에프씨엠엠 풋볼 '프로 스트레치 에센셜 쇼츠'의 여성 구매 비중은 41%에 달한다. 무신사 관계자는 "남녀 공용으로 디자인된 상품도 여성 고객에게 높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체육계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실내 운동이 제약을 받자 야외 스포츠를 선호하는 여성 생활 체육인이 많아진 데 따른 효과로 보고 있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전국 여자축구 동호회 수는 총 148개로 2019년의 125개보다 18% 늘었다. 특히 오는 7월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이 예정돼 있어 여성 스포츠 시장 특수를 잡으려는 물밑 작업이 치열하다.
이런 가운데 나이키는 대한민국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이날 공개했다. 이번 유니폼은 여성의 체형 데이터를 반영하고, 선수들이 겪는 고충을 수렴한 것이 특징이다. 역대 유니폼 중 처음으로 월경혈이 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라이너 기술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나이키는 한국 팬 컬렉션도 역대 최대 규모로 출시한다. 일부 스포츠 브라의 경우 다양한 사이즈를 원하는 여성 고객들의 의견을 수렴해 총 27개 종류로 선보인다. 이를 위해 나이키는 최근 2년간 여성에 대한 투자를 두 배 이상 확대하고 연구해왔다. 여성 고객이 늘자 전문적인 제품 연구는 물론 마케팅까지 세밀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여성복 업체도 스포츠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여성복 ‘보브’는 20~30대 여성을 겨냥해 지난달 스포츠 라인인 ‘브이 스포츠’를 론칭했다. 보브 특유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제작한 아노락 점퍼와 트레이닝복 세트 등으로 구성됐다. 여성 운동족이 늘자 전통 애슬레저 업체인 젝시믹스는 지난해 매출이 2127억 원으로 전년 대비 23%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같은 기간 안다르는 영업이익이 126억 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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