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최근 패소 확정된 주주대표소송의 손해배상금과 지연 이자 등을 현대무벡스(319400) 주식으로 대물변제(현금대신 주식으로 갚는 것)하기로 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 회장이 배당 정책 등을 통해 배상금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빠른 납입을 위해 현대무벡스 주식 전량을 포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현대엘리베이(017800)터는 6일 이사회를 열어 현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에 내야 할 배상금 1700억원과 지연이자 등을 현대무벡스 주식 2475만463주(약 863억원)으로 대물변제를 통해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이외의 채권 잔액도 3개월 내 회수할 계획이다.
현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에 물어야 할 손해배상금과 지연 이자 등은 총 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 회장은 2019년 2심 선고 후 1000억원을 선수금으로 지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현대무벡스의 최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의 보유 지분은 기존 32%에서 53.1%로 늘어난다. 지분 21.13%를 보유한 2대주주였던 현 회장은 이번에 보유 지분이 모두 정리된다. 현대무벡스는 현 회장의 장녀 정지이 현대무벡스 전무(3.82%)와 차녀 정영이 차장(0.13%), 장남 정영선 현대투자파트너스 이사(0.16%) 등 현대그룹 오너일가가 지분을 갖고 있다. 현 회장 가족이 소유한 현대네트워크도 지분 1.58%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무벡스는 현대그룹 계열 물류 자동화 및 정보통신(IT) 서비스업체다. 2021년 3월 NH스팩14호와 합병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우회상장했다.
앞서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 30일 쉰들러가 현 회장과 한상호 전 현대엘리베이터 대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현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에 170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소송이 2014년에 제기된 점을 감안하면 이자를 포함한 총 배상액은 2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인 쉰들러는 2014년 현 회장 등이 파생금융상품 계약으로 현대엘리베이터에 7000억 원 가까운 손해를 입혔다고 보고 소송을 제기했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당시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 가능성이 있던 현대상선(현 HMM(011200))의 주식을 보유하면서 우호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내용도 계약에 담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쉰들러는 현 회장 등 현대 측이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현대상선 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에 파생금융상품 계약을 맺게 함으로써 거액의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하며 소를 제기했다.
1심에서는 쉰들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2심은 일부 파생상품 계약으로 현대엘리베이터에 손해가 발생했다며 현 회장이 1700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이 맞다고 판단했다.
최대주주인 현 회장에 대한 수천억원대 배상 판결 소식이 알려진 다음날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7% 가까이 급등하기도 했다. 배상금을 마련하기 위해 배당을 늘리고 기업가치를 올리는 등 주주 친화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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