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니커즈(sneakers)’라는 말은 일부 시니어들한테는 다소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는 단어다. 필자도 얼마 전까진 자주 쓰지 않던 다소 낯설은 단어이긴 마찬가지다.
스니커즈란 특별한 게 아니라 그냥 밑창이 고무로 된 운동화를 가리키는 영어 단어다. 어원을 살펴보면 꽤 재미있다. 기존 신던 구두 같은 것은 굽이 있기 때문에 걸을 때 발자국 소리가 크게 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스니커즈는 발자국 소리가 거의 나지 않는다고 해서, ‘살금살금 걷는 사람’이라는 뜻의 ‘스니커(sneaker)’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런 스니커즈는 초기엔 운동 선수나 건강을 특별히 중시하는 사람들 정도가 신는 운동화였다. 멋이나 패션과는 무관한 기능위주의 신발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고 또 유행도 바뀌었다. 이제는 스니커즈도 당당히 패션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아이템 중 하나로 신분 상승(?)이 되었다. 한 때는 대중들 누구나 다 아는 스타 브루스 윌리스(Bruce Willis), 제니퍼 로페즈(Jennifer Lopez) 같은 세계적 셀럽들이 스니커즈를 패션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유행을 리드하기도 했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그것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공통적으로 사랑 받고 있는 패션 핫 아이템으로 맹활약 중이다.
요즘 TV를 보다 보면 정장에 스니커즈를 신은 연예인들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유퀴즈온더블럭’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오는 두 MC 유재석과 조세호도 스니커즈 매니아다. 특히 유재석은 늘 상하의가 같은 원단으로 된 수트를 한 벌로 쫙 빼 입고 나온다. 그리고 한번도 어김없이 흰색 운동화를 매치해서 신고 있다. 아마 과거 같으면 거의 ‘패션테러리스트’로 낙인 찍혔을 지 모르는 불편한(?) 조합이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세상이 바뀌었다. 그를 가리켜 옷 못 입는다고하기는커녕 오히려 패셔니스타로 추앙(?)하기도 한다. 사람들 눈도 참 간사하다. 필자의 눈에도 그런 그가 조금도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패셔너블해 보인다.
셀럽이 그러할 진대 우리도 하지 못 할 이유는 없다. 자고로 “따라쟁이는 패셔니스타로 가는 첩경”이다. 시니어들이여, 우리도 당장 따라 해 보자. 집에 스니커즈 한 켤레 정도 없는 사람은 없다. 정장에 구두가 아니라 스니커즈를 매치하고 거리에 나가보라. 어쩌면 사람들이 힐끗 힐끗 쳐다볼 지 모른다. 그런데 그건 정장에 운동화 신은 게 이상해서가 아니라 당신의 옷맵시 즉, ‘간지’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은퇴 한 시니어들이여, 평생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살았는데 이제부터라도 남은 인생은 타인들의 시선도 느끼고 즐기면서 살아보면 어떨까?
‘유퀴즈온더블럭’에서 유재석은 유독 흰색 스니커즈만 신고 나오지만, 사실 스니커즈는 흰색만 있는 게 아니다. 종류나 색상이 매우 다양하다. 필자의 경우 얼마 전 우연히 모 스니커즈 브랜드에 꽂혀 충동적으로 그린, 블루, 옐로우 세가지 컬러를 한 꺼 번에 샀다가 아내를 많이 놀래킨적이 있다. 스니커즈를 패션에 활용하다 보면 여러 가지 착장과 매칭을 위해 다양한 컬러나 스타일이 필요하다는 것을 곧 느끼게 될 것이다. 시니어들이여, 일단 운동화는 그저 흰색 하나면 된다는 고정관념부터 쓰레기통에 던져 버려라.
스니커즈를 선택할 때 유의사항은 의외로 간단하다. 일단 발에 맞는 ‘크기’와 ‘폭’은 필수다. 그리고 걷기 등 야외활동에 적합한 소재로 된 것을 고르는 게 좋다. 특히 시니어는 무엇보다 발이 편한 게 최고니까 착화감도 매우 중요한 선택의 조건이다. 다행인 것은 시중에 나와있는 대부분의 스니커즈는 일상적인 걷기나 운동을 할 때 발에 무리가 덜 가도록 디자인되어있다. 한마디로 시니어들에게 최적화 된 신발이 바로 스니커즈다. 그렇다고 마냥 편안한 것만 찾지는 말자. 다양한 스타일과 색상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스포티한 코디는 기본 중의 기본이고, 여러 가지 스타일의 옷과도 함께 코디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진짜 문제는 코디다. 더 정확히는 코디의 기술이다. 내가 가진 다양한 의상과 잘 어울리게 조합하고 연출 할 수 있어야 한다.
시니어들을 위한 코디 꿀팁 몇 개를 소개한다.
1. 스키니진과 매치하기 : 스키니진과 스니커즈는 최고의 조합이다. 스키니진과 매치하면 특히 발목이 좀 더 강조되어 길고 날씬한 느낌을 줄 수 있다.
2. 카고팬츠와 매치하기 : 더러운 작업용 바지에서 유래한 카고팬츠와도 썩 잘 어울린다. 스타일리시한 느낌까지 주는 매직 아이템이다.
3. 티셔츠와 매치하기 : 절대 실패하지 않는 조합이다. 특히 단색의 스니커즈와 밝은 컬러의 티셔츠를 매치하면 시원하고 깔끔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
4. 슬랙스(캐주얼 팬츠)와 매치하기 : 슬랙스와 매치하면 클래식한 스타일의 팬츠와 매치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멋스러운 캐주얼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
5. 데님 팬츠와 매치하기 : 데님 팬츠의 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슬랙스와는 반대로 데님 팬츠와 매치할 때는 발목 부분이 드러나게 해서 스니커즈를 강조하면 더 엣지를 살릴 수 있다.
시니어들이여, 이제 꿀팁도 알았겠다 자신감을 갖고, 스니커즈 패션을 즐겨보라. 처음엔 면바지나 청바지부터 공략하면 좋다. 스니커즈는 면바지나 청바지와는 원래부터 찰떡이다. 시니어들이 평소에 즐겨 입는 등산용 바지나 기능성 팬츠와는 상극이라고 생각하라. 좀 더 멋을 내고 싶은 사람은 면바지 중에서도 카고팬츠를 추천한다. 진짜 멋쟁이는 카고팬츠를 잘 소화하는 사람이다. 시니어들에겐 꼭 패션이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라도 스니커즈 착용을 강추한다. 스니커즈는 아주 다양한 장소, 다양한 취미생활 현장에서도 활용하기 편리하다. 특히 스타일리시한 은퇴 후 패션생활을 원한다면 스니커즈는 필수다.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 머리가 하늘까지 닿겠네!!”
어릴 때 자주 부르던 동요다. 맞다. 새 신을 신으면 뛰어보고 싶은 것은 애나 어른이나 똑 같다. 시니어들이여, 개나리와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봄이다. 이왕이면 컬러풀한 스니커즈 한 켤레 사서 신고 꽃구경 나가보라. 절대 스니커(sneaker)처럼 살금살금 걷지 마라.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 흰머리가 하늘까지 닿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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