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를 비롯한 제2금융권의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 등 상호금융권의 유동성 비율이 100%를 크게 하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 등과 달리 유동성 비율 규제가 도입되지 않은 사이 유동성 리스크가 커졌다는 지적이다.
6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상호금융별 평균 유동성 비율은 신협 85%, 농협 50%, 수협 66%, 산림조합 72% 수준으로 집계됐다. 2022년 6월 기준 신협 90%, 농협 56%, 수협 65%, 산림조합 89%였던 데서 대체로 유동성 비율이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평균 유동성 비율이 저축은행 177.1%, 새마을금고 112.8%, 카드 385.4%, 캐피털 202.3%인 데 비하면 한참 낮은 수준이다.
상호금융별로 유동성 비율이 100% 미만인 단위조합 수도 전체 조합의 과반을 차지했다. 신협은 총 870곳 중 477곳(54.8%)의 유동성 비율이 100% 미만이었다. 특히 농협과 수협은 100%를 하회하는 조합이 무려 90% 이상이었다. 농협은 1113곳 중 1070곳으로 96.1%, 수협은 90곳 중 82곳으로 91.1%였다. 산림조합은 140곳 중 114곳으로 81.4%를 차지했다.
상호금융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금리가 올라가면서 상호금융 업권에서 특판 경쟁이 과열됐고 비교적 짧은 기간에 예수 부채가 급격히 많아졌다”며 “이로 인한 대응이 늦어지면서 유동성 비율도 악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상호금융에는 유동성 비율을 100% 이상 유지해야 하는 ‘유동성 비율 규제’가 적용되지 않았다.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의 건전성 우려가 지속되자 금융 당국은 상호금융업감독규정을 개정해 내년 말부터 상호금융권 유동성 비율을 저축은행 수준인 10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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