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사무처가 입법의 규제영향을 평가할 별도 조직 신설에 나선다. 국회의원들이 규제 법안을 남발하지 못하도록 규제의 필요성, 중복성 여부 등을 심층적으로 따지기 위함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국회가 규제 관리의 사각지대가 됐다’는 문제 의식에 공감대를 보인 가운데 ‘규제 일몰제’를 주장한 윤재옥 의원이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에 당선되면서 관련 논의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사무처의 한 핵심 관계자는 7일 서울경제신문에 “국회 내 입법 규제영향평가 역량을 가진 별도의 조직 보강이 있을 것”이라며 “규모 등 구체적 형태는 조만간 여야 신임 원내대표들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장의 주문에 따라 국회사무처는 지난해 말 규제영향평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관련 연구를 진행해왔다.
신설 조직은 규제 신설·강화 법률안이 초래할 규제 부담, 비용·편익 비교 등과 관련한 분석을 전담해 의원 입법안에 대해서도 정부 제출안에 버금가는 규제 검토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국회사무처는 분석 시점에 따라 조직 형태를 달리할 방침이다. 기본적으로 입법 분석 역량과 경험을 가진 국회입법조사처가 주축이 되지만 법안 발의 단계에서 규제 사전 검토서 제출을 의무화할 경우 국회사무처 내 법제실과 협업하는 형태가 유력하다.
입법 규제영향평가가 도입되려면 국회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입법 규제영향평가 도입을 요지로 한 국회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5개가 발의됐다. 떨어지는 대한민국의 잠재 성장률을 반전시킬 별다른 기제가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는 입법 규제영향평가의 필요성에 큰 틀의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의원 입법권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관련 개정안들이 수년간 소관 상임위원회를 계류 중인 이유다. 또 다른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행정규제기본법상의 규제 개념을 준용하겠지만 무엇이 규제인지에 대한 고민도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민의힘 새 원내대표에 윤 의원이 당선된 것도 입법 규제영향평가 도입에 기대를 걸게 하는 요소다. 윤 원내대표는 지난해 말 입법 규제영향평가 도입은 물론 ‘규제 일몰제’ ‘규제입법정책처 신설’을 골자로 한 법률 제·개정안 발의하고 지난달 말 관련 공청회를 여는 등 규제 개혁에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한국 경제가 장기적 둔화 국면에 들어선 지금 혁신 성장을 위한 규제 개혁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며 “국회의 규제 관리 제도 도입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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