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필요한 전력망 투자 비용이 당초 계획보다 2배 가까이 급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정작 투자 주체가 돼야 할 한국전력(015760)은 제때 요금을 올리지 못한 채 적자에 허덕이며 돈줄이 마르고 있는 상황이다. 매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지는 가운데 수도권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추가 송배전 투자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국가 핵심 산업인 반도체 분야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관련 기사 3면
9일 전력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조만간 확정·발표할 ‘제10차 장기 송변전 설비 계획(2022~2036년)’에서 2036년까지 필요한 투자 비용을 56조 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2년 전 수립된 ‘9차 송변전 설비 계획(2020~2034년)’ 당시 투자 비용인 29조 원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금액이다. 통상 송변전 설비 외에 배전 설비투자에도 비슷한 수준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전력망 보강에는 100조 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가 2030년 NDC를 달성하려면 비수도권에서 원자력발전과 재생에너지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를 주요 수요처인 수도권으로 전달하기 위한 대규모 전력망 투자가 필수적이다. 문제는 이러한 투자가 제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전력망 노후화 등으로 전력의 품질이 떨어지고 대규모 정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특히 핵심 산업인 반도체·배터리 생산 설비 등에서 대규모의 안정적 전력을 필요로 하는 만큼 정전이 일어나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실제로 2021년 겨울 미국 텍사스에서 한파로 3일간 정전이 발생했을 때 삼성전자(005930) 오스틴 반도체 공장의 피해 규모는 3000억~4000억 원에 달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전력망 보강 없이는 신재생에너지 확충뿐 아니라 신한울 3·4호기 신설이나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도 물거품이 될 것”이라며 “반도체 등 국가 핵심 산업 생산 설비의 가동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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