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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父子코치’에게 배운 이예원 “10년간 가르쳐주셔서 감사”

쇼트게임 전문 이광일, 子 이정용씨에게 사사

“하루 12시간 퍼트만 연습도, 승리욕 남달라”

티샷 전 바람을 가늠하는 이예원. 사진 제공=KLPGA




“‘준우승 전문’요? 저한테는 칭찬으로 들려요. ‘준우승밖에’라는 표현보다 훨씬 듣기 좋잖아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이예원(20·KB금융그룹)은 지난 시즌 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준우승과 3위를 세 번씩하면서 신인상 포인트에서 넉넉한 1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우승은 없던 때였다. “(준우승은) 우승을 위한 과정이니까 준우승했다고 상처나 스트레스 받지 않는다”면서 자신의 성격에 대해 “너무 긍정적인 게 단점이기도 하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우승 없이 마친 첫 시즌이 무척 아쉬웠나 보다. 이예원의 스윙 코치인 이정용(34)씨는 9일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낀 부분이 있으면 무섭게 파고드는 게 (이)예원이”라며 “데뷔 시즌에 드라이버와 아이언 샷은 크게 문제가 없었는데 퍼트랑 그린 주변 플레이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 꽤 있다고 느꼈나 보다. 두 달 간의 호주 퍼스 겨울 훈련 동안 두 가지를 집중적으로 훈련했다”고 말했다.

이씨에 따르면 라운드를 돌지 않는 것은 물론 샷도 하지 않고 하루 12시간을 퍼트 연습에만 투자한 것도 하루이틀이 아니다. 아침밥 먹고 퍼터를 들고 공을 굴리기 시작해서 지는 해를 보고서야 연습을 마쳤다. 일정치 않은 리듬이 문제였다는 판단에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리듬을 갖추려 애썼다.

이예원은 겨울 훈련을 다녀온 뒤 처음 나선 대회인 2023 KLPGA 투어 국내 개막전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나흘 합계 6언더파 282타로 우승했다. 9일 최종 라운드에서 한때 7타 차 리드를 안을 정도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짧은 퍼트를 놓쳐 추격을 허용하기도 했지만 앞선 2·3라운드를 강타한 강풍의 심술에 경쟁 선수들이 떨어져 나갈 때 이예원을 붙들어준 것은 퍼트와 쇼트 게임에 대한 믿음이었다.



이정용씨는 “3·4라운드에 샷이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선두를 지킨 것은 쇼트 게임이 잘 들어맞고 트러블 상황에서 세이브를 잘한 덕분이다. 비슷한 상황에서 가끔 무너지고는 했었는데 그런 게 사라졌다”고 했다.

서울경제DB


이예원의 우승 클럽. 사진 제공=KLPGA


이정용씨는 이예원을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10년 넘게 지도하고 있다. 혼자 가르치는 게 아니라 아버지 이광일(63)씨와 함께 가르친다. 아들 이정용씨는 만 13세에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세미프로’ 테스트를 통과해 국내 최연소 합격 기록을 쓰기도 했다. 프로 입문으로는 아들이 1년 선배다. 이광일씨는 무역 회사에 다니며 취미로 테니스를 하다 골프에 빠졌다. 이광일씨는 특히 쇼트 게임 레슨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아들이 그걸 이어받았고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이예원에게 기술을 전수한 셈이다. 이정용씨는 “(이)예원이는 어릴 때부터 승리욕이 남달랐다. 남에게 지는 것을 아주 싫어해서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아이였다”고 돌아봤다.

국가대표 출신인 이예원은 2021년 KLPGA 점프(3부) 투어 1·2차전에서 연속 우승하면서 준회원 입회 한 달여 만에 정회원으로 승격했다. 추천 선수로 나간 1부 투어 메이저 대회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공동 14위에 올라 일찌감치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여름 윤이나가 먼저 신인으로 우승에 성공했지만 그래도 신인상 포인트는 줄곧 이예원이 1위였다. 윤이나는 이후 룰 위반 늑장 신고가 드러나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지난해 준우승 세 번 중 가장 아쉬운 것은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이었다. 결승전 막판에 홍정민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두 번의 준우승은 모두 우승자와 1타 차 결과였는데 뒤집힌 게 아니라 따라가는 입장에서 거의 최선의 결과를 낸 것이었다. 이예원은 “부족하다고 느낀 부분들을 겨울 훈련 동안 많이 연습하고 노력했다. 같이 배우는 친구, 언니들이 있어서 그렇게 힘들거나 외롭지 않았다”며 “10년 동안 항상 잘 가르쳐주신 프로님께 감사하다고 인사 드리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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