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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K뿌리산업, 첨단의 날개로 비상하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뿌리산업은 주조·금형 등 6대 기반공정기술과 정밀가공·로봇 등 8대 차세대 공정기술 중심으로 제조업 전반에 활용되는 산업이다. 최근에는 테슬라 전기차 차체의 대형?일체화를 가능하게 한 기가프레스 공법(주조), 삼성 갤럭시 Z 플립의 ‘완전 펼침’을 구현하는 힌지부품(금형) 등 첨단제품의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유망분야로 진화하고 있다. 그야말로 첨단산업의 숨은 조력자인 것이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 산업 고도화의 갈림길에서 뿌리기술은 성패를 가름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1973년 우리나라 최초의 일관제철소가 포항에 들어설 무렵 ‘빌릿’과 같은 반(半)제품을 하나씩 찍어내는 조괴공정 대신 당시 선진국에서도 낯선 연속 주조공정이 도입됐다. 이를 통해 생산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데 성공했고 지금까지도 신강종 개발과 고급강 생산력 증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2006년 국산 TV 최초로 세계 판매 1위를 달성한 삼성 보르도 TV의 성공 뒤에도 뿌리기술이 있었다. 검은색과 투명색 소재를 동시에 주입하는 첨단 이중 사출기술을 통해 ‘투명하면서도 불투명한 색채’를 구현해냈다는 호평을 받았고 가전 디자인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됐다.

최근의 사례로는 국내 첫 독자기술 발사체인 누리호를 들 수 있다. 누리호의 1차 실패와 2차 성공의 핵심요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연료탱크 내 헬륨탱크를 안전하게 지지해주는 구조물 용접 기술력을 꼽고 있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K9 자주포 포신과 반도체 생산공정에 이용되는 진공증착 장비도 고도의 표면처리기술로 완성된다. 이처럼 오늘날 일류제품을 만드는 글로벌 K산업의 근저에는 뿌리산업이 있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의 뿌리산업은 인력수급 부족, 환경규제 강화 등으로 경영여건이 악화돼왔다. 또 사양업종이라는 선입견으로 인해 민간의 첨단산업 투자에서도 소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고부가 첨단산업으로 국내 산업의 대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지금, 제조업의 근간인 뿌리산업도 환골탈태 수준의 혁신이 필요하다. 정부는 3월말 초고속 열처리, 기가캐스팅, 마이크로 성형, 지능형 금형, 친환경 표면처리, 무인용접 등 6대 뿌리 신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내용의 ‘K뿌리산업 첨단화 전략’을 발표했다. 뿌리산업의 전면적인 혁신으로 친환경은 물론 첨단화를 통한 수출경쟁력 강화와 신시장 진출을 가능하게 하는 1석 3조의 전략이다.

이번 전략은 크게 세 가지 방향을 담고 있다. 첫째, 차세대 뿌리 신산업을 이끌 유망기업을 2027년까지 100개 육성한다. 특히 뿌리기업이 밀집한 뿌리 특화단지를 대상으로 기술력 강화, 국내외 시장진출 등을 집중 지원하고 제조공정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기 위한 기반 인프라도 확충한다.

둘째, 뿌리산업을 고도화하기 위한 투자를 활성화한다. 자동차·반도체 등 수요 대기업들과 뿌리기업들간 동반투자 펀드를 신규 조성하고, 투자 연계형 연구개발(R&D)과 세액공제 등을 활용해 뿌리산업 투자 확대를 유도한다. 4000억원 이상의 뿌리 신산업 전용 연구개발(R&D) 추진 등 혁신생태계를 위한 투자도 확대한다.

마지막으로 뿌리산업 안팎의 협력체계를 구축한다. 뿌리산업연합회, 수요산업·뿌리산업 얼라이언스 등을 구축해 수요기업·뿌리기업간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고, 뿌리산업의 첨단화를 주도적으로 추진한다.

사양기업은 있지만 사양산업은 없다. 얼마 전 ‘K뿌리산업 첨단화 전략’ 발표차 방문한 뿌리기업은 단순 금형에서 스마트폰 카메라 위치제어장치, 전기차 펌프부품 등 첨단 가공품 생산업체로 진화한 첨단 뿌리기업이었다. 젊은 2세 경영인도 생산현장에서 함께 땀을 흘리고 있었다. 우리 뿌리기업들이 새로운 첨단산업의 주역으로 발돋움하고 제조업 혁신의 플랫폼이 되기를 기대한다. 과감한 도전과 혁신으로 우리 뿌리산업이 K반도체·K배터리처럼 세계에 우뚝 설 수 있도록 정부도 적극 지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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