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분리막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북미에서 생산해야 하는 핵심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아직 미국에는 분리막 제조 공장이 없는 만큼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북미 진출이 탄력을 받게 됐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SKIET는 올해 안에 북미 지역에 분리막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SKIET의 한 관계자는 “IRA의 세부 조항을 검토하며 북미 지역 진출을 위한 투자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국내 증평 공장을 시작으로 중국과 폴란드 공장에서도 안정적인 분리막 생산 경험이 가진 장점을 바탕으로 글로벌 고객 다변화에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리막은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이 직접 접촉하지 않도록 분리하는 소재로 배터리 화재나 폭발을 방지하는 역할을 맡는다. 양극재·음극재·전해질과 함께 배터리를 구성하는 4대 핵심 소재 중 하나로 배터리 전체 제조 비용의 약 15%를 차지한다. 양극재와 음극재가 광물을 가공해 만들어지는 것과 달리 분리막은 플라스틱을 기반으로 생산된다.
이 때문에 분리막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공개된 IRA 세부 지침에서 광물이 아닌 배터리 부품으로 분류됐다. IRA에 따르면 전기차 세액공제의 절반인 3750달러(약 500만 원)를 받기 위해 북미에서 제조·조립된 배터리 부품 비율은 올해 기준 50%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이 비율은 내년부터 매년 10%씩 높아지며 2029년에는 모든 배터리 부품을 북미산으로 조달해야 한다.
현재 미국에는 분리막 공장이 전무하다. 해외 기업의 북미 진출이 급선무인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분리막 시장은 중국의 점유율이 높지만 배터리 부품은 내년부터 중국·러시아 등 ‘외국 우려 단체(FEOC)’에서 조달하지 못하는 만큼 한국과 일본 소재 업체들의 북미 투자가 가시화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SKIET는 북미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 3사에 모두 분리막을 공급하고 있어 북미 사업의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사는 고급 습식 분리막 시장에서 글로벌 선두권을 점하고 있다. ‘축차연신’ 방식을 사용해 분리막 두께를 자유롭게 조절하면서도 균일한 품질을 구현했다. 축차연신은 SKIET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독자 기술로 생산성과 원가 등의 측면에서 유리한 특징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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