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지난해 국내 주요 기업의 이자 비용이 13조 원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증권사들의 이자 부담이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11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377개 기업의 이자 비용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지난해 이자 비용은 39조 9166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26조 5773억 원) 대비 50.2% 증가한 수치다. 분석 과정에서 은행과 금융지주는 제외했으며 보험·증권·카드사는 포함됐다.
영업이익도 뚝 떨어졌다. 이들 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70조 3208억 원으로 전년(207조 4683억 원) 대비 17.9% 감소했다. 경기 침체 여파로 영업이익이 줄어든 가운데 고금리 압박으로 비용은 늘면서 기업 수익성이 악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자 비용이 늘은 반면 영업이익은 감소하면서 기업이 이자 지급에 필요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인 ‘이자보상배율’도 7.8에서 지난해 4.3으로 하락했다. 조사 대상 중 이자보상배율이 1에 못 미치는 기업은 26곳이었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충당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이자 비용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업종은 증권이었다. 18개 증권사의 지난해 이자 비용은 6조 3117억 원으로 전년(2조 5209억 원) 대비 150.4% 증가했다. 증권 다음으로는 상사(74.7%), 서비스(62.9%), 여신금융(60.1%), 보험(57.5%), 석유화학(55.6%) 등의 순서였다.
전체 조사 대상의 84%(317개사)에서 지난해 이자 비용이 증가했다. 이자 비용이 가장 많은 기업은 현대자동차로, 지난해 2조 6950억 원을 이자 비용으로 부담했다. 전년(1조 9059억 원) 대비 41.4% 증가한 수치다. 한국전력(015760)공사(2조 5177억 원), SK(034730)(2조 1411억 원) 등도 2조 원 이상 이자 비용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두 기업의 이자 비용은 전년 대비 각각 30.6%, 48.4% 증가했다.
반면 이자 비용이 줄어든 기업은 60곳이었다. 전년 대비 감소액을 봤을 때 두산에너빌리티(034020)(894억 원 ↓)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그 뒤를 삼성중공업(010140) (488억 원 ↓), SK텔레콤(017670)( 469억 원 ↓), HD현대(267250)인프라코어(469억 원 ↓), HD현대중공업(330억 원 ↓), 한국가스공사(036460)(264억 원 ↓), 네이버(180억 원 ↓) 등이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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