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 조종과 유동성 확보에 취약한 김치코인이 국내 거래소에 단독으로 상장되는 일명 ‘나홀로 상장’이 비일비재한 상황에서 투자자 보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김치 코인은 국내 또는 내국인이 발행한 코인으로 일부 해외 중소형 거래소에 상장됐으나 대부분이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코인이다. 최근 강남역 납치·살해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된 퓨리에버 코인도 대표적인 김치 코인이다. 퓨리에버는 지난해 급격한 가격 변동으로 시세조종 의혹이 불거졌으며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의 전 직원이 퓨리에버를 포함한 다수의 김치코인을 상장해주는 대가로 ‘뒷돈’을 받아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다.
김치코인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이유는 ‘한국 코인 거래시장의 구조적 병폐’ 때문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 이승형) 가상자산 비리 수사팀이 1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김치코인은 유동성 부족과 시세조종 행위에 극히 취약하다. 김치코인 발행 재단의 대부분이 영세한 경우가 많고 부채 비율이 높은 등 재정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또 코인 시장의 불공정거래를 제재하는 법안이 부재한 상황에서 김치코인이 특정 거래소에 단독으로 상장되면 투자자가 시세조종으로 피해볼 가능성이 높다. ‘공시 의무’도 없어 김치코인이 어떤 기준·과정으로 상장됐는지 확인할 수 없는 투자자는 코인 백서와 홍보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김치코인이 국내 거래소에 단독으로 상장된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지난해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거래소에서 단독 상장된 가상자산은 389종으로 국내에서 유통되는 가상자산의 62%를 차지한다. 단독 상장된 가상자산의 절반 이상(57%)은 김치코인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해 가상자산 거래소의 상장폐지 건수는 239건으로 신규 거래지원(365건) 코인의 65%에 해당했다. 상장폐지 사유로는 발행 재단 관리 문제 등 프로젝트 위험이(50%) 가장 많았으며, 법규·정보 제공 문제 등 투자자 위험(22%)과 유동성 부족·가격 급락 등 시장 위험(22%)이 각각 뒤를 이었다. 발행 재단의 정보가 불확실하고 가격 급락에 취약한 김치코인이 대거 상장된 국내 거래소에서 상장폐지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금융당국도 투자 유의를 당부하는 모습이다. 금융위원회는 “단독 상장된 가상자산의 3분의 1 이상은 시가총액 1억 원 이하의 소규모 프로젝트로 급격한 가격 변동과 유동성 부족에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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