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가 벌써부터 한국 언론 길들이기에 나선 모양새다. 바이낸스는 지난 달 ‘비보도’를 전제로 ‘일부’ 기자만 초대한 디너 파티를 열었다. 고팍스 인수 추진 후 사실상 국내 언론과 첫 대면식부터 입맛에 맞는 언론만 상대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은 셈이다.
바이낸스는 레온 풍 아태지역 대표를 고팍스 신임 대표로 앉히고, 지난 달 금융 당국에 사업자 변경 신고서를 제출했다. 원화 거래가 가능한 고팍스를 인수해 손 안 대고 코 풀겠다는 심산인데, 해외 금융 당국의 제재에 맞닥뜨리며 국내 시장 진출에 빨간 불이 켜졌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지난 달 창펑 자오 바이낸스 CEO와 바이낸스를 상대로 파생상품에 관한 규정 등을 위반한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미 검찰과 미 국세청도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로 바이낸스를 조사하고 있다. 바이낸스는 미등록증권거래 혐의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조사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고팍스 등기 이사진으로 이름을 올린 바이낸스 인사들의 범죄 사실 확인서를 요청했고, 바이낸스의 자금세탁 의혹 등에 관해서도 면밀히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사면초가에 빠진 상황에서 비보도를 전제로 일부 기자를 초청해 파티를 개최했다는 건 의혹을 해소하기 보단 무마하겠단 의미로 풀이된다. 중요한 질문은 회피한 채 마음에 드는 언론만 상대하겠단 전략이다. 이에 업계에선 이번 행사가 바이낸스 한국 매니저의 친목 파티란 지적까지 나온다. 실제 바이낸스의 유일한 소통 창구인 한국 홍보 매니저는 수달째 기자의 질문엔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국내 투자자를 상대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바이낸스가 일부 언론과만 소통하겠다는 건 횡포나 다름없다. 변경신고 수리, 고파이 상환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하다. 소통 창구를 확실히 열어 두고 질문에 제대로 답해야 한다.
/도예리 기자 yeri.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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