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메모리 침체기에도 외부 반도체 전문가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불황 뒤 오는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비해 첨단 기술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메모리 사업부에 임대현 마스터를 영입했다. 마스터 직급은 삼성전자가 기술 인재 중용을 위해 2009년부터 운영 중인 제도다. 연구개발(R&D) 직군에서 각 분야 전문가를 임원급으로 대우하면서 연구에만 전념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임 마스터는 이달부터 메모리사업부 ‘D램 I/O팀’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그는 메모리 반도체 회로 설계 전문가다. 특히 D램이 외부 칩, 정보기술(IT) 기기와 정보 공유를 잘할 수 있도록 하는 데이터 입출구(I/O) 회로 설계 고도화를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술은 삼성전자가 주목하는 신규 D램 규격인 DDR5, 차세대 DDR6와도 큰 관련이 있다.
임 마스터는 메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2008년부터 약 7년간 미국 유력 정보기술(IT) 회사 IBM에서 메모리 인터페이스 회로를 설계했다. 또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글로벌파운드리, 노키아 등을 거치며 엔지니어로 활동했다.
임 마스터 영입은 메모리 침체로 감산까지 단행한 삼성전자가 다음 호황을 대비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통상 메모리 시장에서는 수요가 저점을 찍고 나면 공급 회복세가 빠르다. 이때 칩 제조사가 원가 경쟁력과 좋은 성능을 겸비한 제품을 많이 생산할수록 시장 리더십을 잡기가 수월해진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영업이익 감소에도 R&D 비용을 늘렸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하반기 총 R&D 비용은 12조 75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비용인 11조 6000억 원보다 9.9%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한편 파운드리·패키징 분야의 기술 인재 확보에도 속도를 올리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부에서 인텔 극자외선(EUV) 전문가 이상훈 부사장을 영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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