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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전기료 동결이 서민을 위해서라고?

경제부 심우일 기자


논리학에는 ‘오컴의 면도날’이라는 개념이 있다. “불필요한 가정은 면도날로 잘라내라”는 뜻이다. 1300년대에 활동한 영국 신학자 윌리엄 오컴이 설파한 것으로 알려진 이 개념은 ‘논리적으로 단순할수록 참에 가깝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종종 인용되고는 한다.

오컴의 면도날을 떠올리는 것은 2분기 전기·가스요금을 둘러싼 논쟁 때문이다.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가 제때 요금을 못 올리면서 지난해에만 도합 40조 원의 손실을 봤다는 것이 문제의 시작점이다. 정부가 한전의 적자를 줄이기 위해 시행한 전력도매가격(SMP)상한제는 민간 발전사의 손실로 전이됐다.

해법은 단순하다. 요금을 올리면 된다.

그러나 당정은 지난달 말 2분기 전기·가스요금 결정을 유보했다. 여러 정무적 맥락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내놓았다. 정치권에서는 요금 상승이 내년 총선에 끼칠 영향을 계산 중이다.

표면적으로는 ‘물가 안정’과 ‘공기업 정상화’의 대립 구도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를 방치하면 결국에는 자금난에 내몰린 한전이 채권을 발행해야 한다. 실제 지난해 ‘트리플A’ 등급인 한전채의 발행량이 급증하면서 시중금리가 덩달아 올라갔다. 자금이 한전채로 쏠리면서 다른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탓이다. 이는 결국 일반 서민의 대출금리 인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전기료 동결의 명분으로 삼는 ‘서민 부담 경감’이 한 꺼풀만 벗겨보면 말장난에 불과한 이유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추산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안에는 ㎾h당 38.5원의 전기료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 이미 시장에서는 한 자릿수 인상, 동결 등 갖가지 눈치 보기식 여론전이 빚어지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요금 인상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복잡해 보이지만 눈속임일 뿐인 정치 논리는 면도날로 쳐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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