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년 만에 공모채 시장에 복귀한 현대엘리베이(017800)터(현대엘리)가 1200억 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3000억 원 가까운 주문을 받아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날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2년물(800억 원)에 1020억 원, 3년물(400억 원)에 1840억 원 등 총 286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앞서 현대엘리베이터는 개별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들이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에 -30~30bp(1bp는 0.01%)를 가산한 수준을 희망 조달 금리로 제시했다. 2년물은 19bp, 3년물은 -31bp에서 모집 물량을 채웠다. 최근 A급 회사채 옥석 가리기가 심화하는 중에도 3년물은 시장 평가 가격보다 싸게 발행한 것이다.
현대엘리베이터의 공모채 발행은 약 3년만이다. 2020년 6월 2.55% 금리로 1000억 원을 발행했는데, 오는 6월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에 이를 차환하기 위한 목적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빌린 250억 원도 함께 갚는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최대 1700억 원까지 증액해 발행할 수 있는데 증액분 역시 은행 차입금 상환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오는 21일 발행하며 KB증권, 미래에셋증권(006800), 한국투자증권이 대표 주관사를 맡았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신용등급은 스플릿(신용평가사 간 등급 불일치) 상태로 각각 ‘A(나이스신용평가)’, ‘A+(한국기업평가)’ 급이다. 신용등급 기준으로는 비우량채이지만 우수한 재무 안정성으로 투자 수요를 모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형진 나신평 선임연구원은 “충주 신공장 등 단기 신규투자 확대와 지난해 투자부동산 취득(약 1050억 원) 등으로 차입규모가 다소 증가하였으나, 꾸준한 이익창출에 따른 자기자본 증가 등을 감안할 때 중단기적으로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2022년 말 연결 회계 기준 현대엘리베이터의 부채비율은 158.4%, 순차입금 의존도는 9.2%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인 쉰들러홀딩스(지분율 15.5%)가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최종 패소한 일은 오히려 현대엘리베이터에 차입금 감소를 가져왔다. 2014년 쉰들러홀딩스는 현 회장 등이 파생금융상품 계약으로 현대엘리베이터에 7000억 원 가까운 손해를 입혔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지난달 30일 “현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에 1700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이 9년간 이어지며 발생한 지연이자까지 포함하면 총 배상액은 3000억 원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2심 패소 이후 현 회장이 선수금으로 내놓은 1000억 원을 제외하더라도 약 1000억 원 후반대의 금액을 추가로 물어야 했다. 한국기업평가는 “3심 소송 결과에 따른 현금이 유입 예정”이라며 “(현대엘리베이터의)차입규모가 중장기적으로 축소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엘리베이터측은 이날 현 회장으로부터 배상금 등을 모두 회수했다고 밝혔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다. 현 회장이 91.3%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현대네트워크가 최대 주주로 지난해 말 기준 10.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 회장(7.8%)를 포함한 특수 관계인은 26.5%를 가지고 있다. 1984년 설립된 회사는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무빙워크 등 승강기 제조 및 유지보수를 주력 사업으로 하며, 주차시스템 등의 부수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한편 같은 날 1500억 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AA-’급 답게 전액 민평금리보다 낮게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2년물(400억 원)에 1350억 원, 3년물(800억 원)에 3350억 원, 5년물(300억 원)에 800억 원을 받아 총 550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희망 조달 금리 범위는 민평금리에 -40~40bp를 가산한 범위로 제시했는데 △2년물 -2bp △3년물 -10bp △5년물 -15bp와 같이 모집물량을 채웠다. 수요예측이 흥행한 만큼 최대 3000억 원까지 증액해 발행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조달 자금은 이달 말 만기를 맞는 1500억 원 규모 회사채 상환에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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