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그룹의 핵심 계열사 LX인터내셔널이 1000억 원 조달을 위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 금액 12배에 가까운 자금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보유 현금만 1조 5000억 원이 넘는 LX인터내셔널이 최근 공모채 시장의 고금리 상황을 감수하면서까지 회사채 발행에 나선 것은 중단기적으로 예상되는 업황 악화에 대비하기 위함으로 추정되지만, 한편으로는 HMM 인수를 위해 최대한 실탄 확보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X인터내셔널은 2년물(200억 원)에 1800억 원, 3년물(400억 원)에 9000억 원, 5년물(400억 원)에 1600억 원 등 1000억 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총 1조 240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KB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증권사 4곳이 대표 주관을 맡았다.
앞서 LX인터내셔널은 개별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들이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에 -30~30bp(1bp는 0.01%)를 가산한 수준을 희망 조달 금리로 제시했다. 수요예측이 흥행하며 2년물 -11bp, 3년물 -16bp, 5년물 -18bp에 모집 물량을 채웠다. 시장이 평가하는 LX인터내셔널의 회사채 가격보다 더 비싸게 사려는 투자자가 많았다는 의미다.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오는 5월 만기가 돌아오는 900억 원 규모 회사채와 산업은행으로부터 단기 차입한 300억 원을 상환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LX인터내셔널은 최대 2000억 원까지 증액해 발행하는 안을 유력 검토 중이다. 다만 3년 전 발행한 회사채의 조달 금리가 1.803%였던 반면 이날 기준 3년물의 고유 민평금리가 4.163%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자는 늘어난다. 증액할 경우 2015년 2.89% 금리로 빌린 700억 원 규모 장기 차입금도 상환할 예정이다.
LX인터내셔널은 2021년 LG에서 인적분할된 LX홀딩스의 주력 계열사로 산업재·원자재 등의 무역사업, 해외 자원 개발 사업 등을 하는 종합상사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8조 7595억 원, 당기순이익은 7793억 원에 달하는 우량 기업이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 5506억 원에 이른다.
IB업계에서는 LX인터내셔널의 자회사인 LX판토스가 HMM 인수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LX인터내셔널은 지난달 23일 주주총회에서 발행할 주식 총수를 기존 8000만 주에서 1억 6000만 주로 늘리는 정관 변경 건을 의결했는데, 이 때문에 LX인터내셔널이 조만간 대형 투자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추후 유상증자를 실시할 경우 조 단위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LX판토스는 국내 1위의 육해공 종합 물류 기업으로 CJ대한통운, SM상선 등 다른 후보들보다 HMM과의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평가다. LX인터내셔널 주총 의안 설명서에도 “LX그룹 분리 이후 인오르가닉인수합병(In-organic M&A·타 사업 인수를 통한 성장 전략)를 적극 추진하고 니켈 등 투자를 통해 사업 확장을 가속화하겠다”고 명시돼 있다.
한편 2022년 하반기 이후 LX인터내셔널이 주력으로 취급하는 석탄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물류 사업과 관련된 해운 운임 지수 등이 하락세를 보이며 중단기적으로는 사업이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이강서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최근 국내외 기준금리가 계속해서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투자 관련 자금 조달에 있어서도 이전 대비 금융비용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재무적으로는 최근 1,2년간 우수한 사업 실적 및 북경 트윈타워 등을 포함한 자산 매각을 통해 현금 유동성이 이전 대비 크게 확대된 상황으로 단기적인 자금 수요를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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