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금지화목토천해명’ 2000년대 초반까지 초·중·고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태양계의 행성순서를 이렇게 외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명왕성이 태양계 행성에서 제외됐죠.
태양과 같이 스스로 빛과 열을 내는 천체를 ‘항성’ 또는 ‘별’이라고 합니다. 별 주위를 도는 천체는 ‘행성’이라고 하고, 행성 주위를 도는 천체는 ‘위성’이라고 하죠. 그 외의 천체는 ‘소행성’, ‘왜소행성(왜행성)’ 등으로 분류합니다.
명왕성은 몇 년 전까지 태양계의 행성이었지만 지금은 왜소행성으로 정의합니다. 왜소행성이란 행성과 위성을 제외한 천체 중 행성같아 보이지만 일반 행성보다는 작은 태양계의 외곽 천체를 말합니다.
명왕성이 태양계 행성에서 제외된 것은 2006년입니다. 국제천문연맹(IAU)에서 결정한 것이지요. 1919년 창설된 국제천문연맹은 세계 유수한 천문학자들이 모인 단체이자 천체 이름을 명명하고 정의하는 공식 기관입니다. 1990년대부터 태양계 외곽에서 작은 천체들이 많이 발견되자 국제천문연맹은 행성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2006년 국제천문연맹에서는 태양계 행성의 정의를 태양 주위를 도는 둥근 천체로 봐야 한다는 의견과 태양을 도는 천체 중 일정하게 큰 궤도로 돌아야 행성으로 정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죠.
행성에 대한 새로운 정의 내린 IAU
국제천문연맹에서 내린 행성의 정의는 △태양(항성) 주위를 돌고 다른 행성의 주위는 돌지 않아야 한다 △둥근 모양이고 내부에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지 않을 만큼 질량이 크지 않아야 한다 였습니다. 그리고 2006년 국제천문연맹 회의에서는 행성의 정의가 또 한 가지 추가됐어요. △주변에 잡동사니와 같은 천체들이 없어야 한다. 이 조항이 새로 생겼습니다.
명왕성은 태양 주위를 돌고 둥근 모양이며 질량이 크지 않아 행성의 정의에는 부합합니다. 하지만 세 번째 기준에서 걸렸습니다. 명왕성의 공전궤도에는 많은 얼음덩어리 천체들이 있습니다. 이에 비해 수성·금성·지구·화성·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 8개의 천체에는 잡다한 천체들이 없습니다. 그러나 일부 천문학자들이 이 같은 행성 정의에 반대했습니다.
명왕성, 태양계 행성 퇴출 여부 투표에서 결국 강등
이에 2006년 8월 24일 국제천문연맹은 찬반투표를 했는데 명왕성을 태양계 행성에서 제외한다는 의견이 60%로 앞섰고, 결국 명왕성은 1930년에 발견된지 76년만에 태양계 행성에서 퇴출됐습니다.
명왕성 퇴출 여부를 결정하는 국제천문연맹 회의에는 75개국 천문학자 2500명이 참석했고, 투표에는 424명이 참여했습니다.
애초 2006년 국제천문연맹의 회의는 명왕성 퇴출 논의가 주목적이 아니었습니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는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새레스’라는 천체가 있는데 행성지위를 받지 못했던 이 천체를 태양계 행성에 포함시키기 위한 자리였어요.
만약 세 번째 조항이 없어 새레스가 행성으로 포함됐으면 우리는 태양계 행성 이름을 ‘수금지화새목토천해명’이라고 새롭게 외웠을 것입니다.
그런데 세 번째 행성의 정의 조항 때문에 새레스는 행성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고, 명왕성까지 퇴출 된거죠. 어떻게 보면 명왕성은 태양계 구조조정에서 피해를 본 천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명왕성이 왜소행성으로 강등 된 후 일부 천문학자들이 다시 명왕성을 행성으로 복원시키려 했지만 국제천문연맹에서는 아직 명왕성 행성 복원 논의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합니다.
태양계의 행성 정의 또 바뀔 수도
천문학이 발전할수록 천체나 우주의 물질 및 특정 현상에 대한 정의는 바뀝니다. 세레스의 경우도 1801년 발견 됐을 때 행성으로 분류했다 50년 뒤에는 소행성으로 격이 낮아지면서 태양계 행성에서 퇴출됐습니다.
좀 더 시간이 지난 후 다시 행성에 대한 정의가 또 새롭게 정립되면 새레스가 행성에 포함되고 명왕성도 행성 지위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현재의 8개 행성 중 퇴출되는 행성도 생길 수 있는 일이죠.
인류의 우주 관측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태양계 천체들도 줄줄이 발견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앞으로 행성에 대한 정의가 어떻게 수정될지 또 ‘수금지화목토천해’가 어떻게 바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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