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왜 이렇게 버려지는 멀쩡한 물건들이 많은 걸까요? 이번에는 버려지는 화장품에 대한 이야기를 제보받았습니다. 정확히는 화장품 원료인데, 다행히 그걸 구할 방법을 찾은 스타트업이 있었습니다. 화장품 업계의 어글리어스 혹은 당근마켓을 꿈꾸는 슬록(SLOC)입니다. 슬록의 김기현 대표님과 만나 궁금한 것들을 여쭤봤습니다.
원료 구매액의 6%가 쓰레기통으로
김 대표님은 원래 화장품 회사 출신입니다. 다니던 회사에서만 매년 수억원어치의 멀쩡한 화장품 원료가 버려지는 걸 봐 왔습니다. 화장품 원료 폐기물에 대해선 정확한 집계가 없긴 하지만, 김 대표님은 회사별 공시 자료 등을 조사해 대략의 추정치를 찾아냈습니다. 매년 4410억원(전체 원료 구매액의 6%) 규모가 화장품 생산, 유통 단계에서 버려지고 있다고. 화장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원료와 부자재(용기나 펌프 등), 반제품이랑 완제품까지 포함한 수치입니다. 멀쩡한 원료와 부자재들이 버려지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최소주문수량 - 원료 판매업체가 요구하는 최소주문수량에 어쩔 수 없이 맞추는 경우 ▲제품 콘셉트를 위해 - 제품이 내세우는 특별한 콘셉트를 위해 너무 많은 성분을 배합하는 경우. A~Z 원료가 각각 조금씩 들어가다 보니 남는 원료도 많아집니다. ▲주문이 갑자기 중단돼서, 제품이 갑자기 단종돼서 등등.
이 중에서 브랜드명이 찍힌 용기류 같은 걸 제외하면 너무 멀쩡하게 쓸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김 대표님은 버려지는 원료와 반제품&완제품 중 50%, 부자재 중에서 10%는 문제 없이 살려낼 수 있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총 4410억원 중 1576억원어치가 살아나는 셈입니다. 나머지는 사용기한 문제 등등 구제하기가 많이 까다로울 거라고.
이걸 슬록이 구해냅니다
대표님은 이 1576억원어치의 버려지는 화장품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 아까운 걸 버리는 대신 필요한 사람들끼리 거래할 수 있는 쇼핑몰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란 아이디어가 현실화된 게 바로 슬록의 '노웨이스트(홈페이지 링크)'. 농산물 시장에는 못난이 농산물들을 구출하는 어글리어스가 있듯이 화장품 업계에는 노웨이스트가 있는 겁니다.
노웨이스트에서는 모발 보호막 필름형성제, 화장품용 콜라겐펩타이드처럼 진짜 전문적인 원료들에서부터 오가닉 베르가못 오일, 천연 알러젠프리 향료, 디퓨저용 화이트머스크 향료, 식품용 비타민C, 펌프 용기처럼 일반인(아마도 금손)들을 위한 재료들까지 다양하게 판매중입니다.
이미 화장품 대기업인 L사를 포함해 약 50여 기업들이 판매사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판매사, 구매사, 일반 회원들이 늘어날수록 상품 종류도 더 다양해질 겁니다. 대표님은 내년쯤 온라인 리필샵도 여실 계획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화장품 업계에서도 노웨이스트의 등장을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화장품 원료의 80% 이상이 수입이다 보니, 이걸 버리게 되면 돈도 돈이지만 운송 과정에서의 탄소배출량, 매립·소각할 때의 환경오염 등등 문제가 크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남는 원료를 소분하고 가격을 책정하고 노웨이스트에 등록해서 구매자를 기다리려면 담당자가 있어야 하는데, 화장품 회사 직원들도 각자 본래의 업무가 있다 보니 앞장서기 힘든 상황이라고 합니다. 화장품 기업들이 전사적으로, ESG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애경산업, 코스맥스, 클리오, 한국콜마, 코스메카코리아 등등 업무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독자 선물 준비했습니다. 슬록은 노웨이스트에서 샴푸바랑 올인원바, 강아지비누를 판매 중입니다. 당근바(샴푸바), 흑당근바(올인원바)를 각각 5분께, 강아지 비누인 녹당근바를 10분께 드립니다. 세 제품 모두 비건 인증을 받았고 상품성이 떨어지는 못난이 당근들을 구출해 만들었습니다. 좋은 성분을 꽉꽉 채워넣은 건 물론입니다. 샴푸바와 올인원바 상세 설명은 여기서, 강아지 비누는 여기서 읽어볼 수 있습니다.
이벤트 신청은 여기를 누르시면 됩니다. 노웨이스트에 가입할 때 적어낸 이메일 주소를 알려주시면 응모 끝!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기사 내 링크는 서울경제신문 홈페이지에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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