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부진 등으로 위태로운 우리 경제의 회복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파급효과가 1분기가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고 있다. 중국이 음식·숙박 등 내수를 중심으로 회복할 뿐만 아니라 자급률을 높인 영향이다. 올해 하반기엔 점차 리오프닝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중국 내 산업 구조 변화 등 변수가 여전하다.
17일 한국은행 조사국은 ‘중국 리오프닝의 국내 경제 파급영향 점검’을 통해 “중국 경제가 내수를 중심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으나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변국에 대한 영향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중국 리오프닝 긍정적 영향이 아직 본격화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중국 경제가 서비스 소비와 투자 등 내수를 중심으로 회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은 외식 서비스나 화장품 등 대면 활동과 관련된 부문은 반등하고 있지만 대외 거래 중에서도 수입은 여전히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내수 중심 회복은 우리나라처럼 제조업과 정보통신(IT) 비중이 높은 나라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제산업연관 모형을 통해 분석한 결과 한국 등 제조업과 IT 비중이 높은 나라는 중국 성장률이 제조업 위주로 1%포인트 높아질 경우 성장률이 평균 0.13%포인트 개선됐다. 반면 서비스 위주로 성장률이 1%포인트 높아지면 0.09%포인트 오르는 데 그친다. 우리나라는 중국 제조업 중심 회복 시 0.11%포인트, 서비스업 중심 회복 땐 0.08%포인트 개선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내 제조업 재고가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점도 리오프닝 파급효과를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은 IT 부문을 중심으로 재고 수준이 과거 추세를 크게 상회하고 있어 중간재 수입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자급률 상승 등 구조적 요인도 리오프닝 효과를 제약한다. 중국의 중간재 수입 비중이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데다 자국 제품 품질 향상 및 애국소비(궈차오) 운동으로 수입수요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수입구조 변화와 우리 수출경쟁력 약화도 대중 수출 감소 요인으로 분석됐다.
이에 올해 1분기 대중(對中) 무역수지는 78억 5000만 달러 적자로 전년 동월(58억 4000만 달러) 대비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4분기(-26억 2000만 달러) 대비로도 적자 폭이 크게 늘었다. 대중 무역수지는 지난해 4월 중국 봉쇄 이후 반도체를 제외한 무역수지가 악화됐으나 글로벌 IT 경기 둔화까지 더해지면서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다.
한은은 대중 수출이 당분간 예상보다 약한 흐름을 보이다가 하반기로 갈수록 IT 경기 부진 완화, 중국 내 재고 조정 등으로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반도체 업체의 감산 등으로 하반기엔 IT 경기가 개선될 것이란 전망에 기대를 걸고 있다.
임근형 한은 국제무역팀장은 “글로벌 IT 경기 회복 시점과 속도와 함께 중국의 산업구조 변화 등이 대중 수출의 불확실한 요인”이라며 “중구 관광객의 회복 속도도 서비스업 업황, 여행수지 등 국내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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