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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뱅, 중·저신용자 연체율 3배 치솟아…빚투에 차주·은행 부실 악순환

■리스크 커지는 '코인 대출'

업비트 연계계좌 가진 중·저신용자

연체율 2021년 1%→작년 2.96%

케뱅 "코인과 연관성 단정 어려워"

업비트 예수금 비중도 26% 달해

코인 빚투, 인뱅 건전성 악화 뇌관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접근성이 쉬운 인터넷은행 신용대출이 암호화폐 투자 자금줄이 된 가운데 빚투에 나섰던 차주들의 연체액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1위 암호화폐거래소인 업비트 이용자에게 신용대출을 많이 내준 케이뱅크의 관련 연체율이 1%대로 치솟으면서 부실의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터넷은행의 경우 여타 시중은행과 달리 신용대출이 가계대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차주와 은행 모두 리스크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코인 빚투’에 연체율 1년 만에 3배 급등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케이뱅크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전 은행권 중 가장 높은 0.86%에 달했다. 전년(0.41%) 대비 2배 이상 급등한 수치로 전체 국내 은행 연체율(0.24%)과 비교하면 3.5배나 높다. 케이뱅크의 연체율은 같은 시기 카카오뱅크·토스뱅크 등 마찬가지로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이 30% 이상인 다른 인터넷은행과 비교해도 높았다.

케이뱅크 연체율이 급등한 것은 상당수의 차주들이 암호화폐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말 기준 케이뱅크 총가계대출(10조 6812억 원)에서 신용대출(8조 2140억 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76.9%에 달했는데 이 중 5조 원에 육박하는 금액이 업비트 연계 계좌를 보유한 차주에게 나간 대출이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2020년 6월부터 업비트 이용자에게 원화 투자가 가능한 실명 계좌를 발급해주고 있다.

문제는 지난해 암호화폐 시장이 고꾸라지면서 투자자 개인의 부실이 은행의 부실로 전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케이뱅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업비트 연계 계좌를 보유한 차주에게 케이뱅크가 내준 신용대출 연체율은 전체 신용대출 연체율을 0.03%포인트 상회하는 1.01%에 달했다.

암호화폐 가격이 크게 뛰었던 2021년 말의 경우 업비트 연계 계좌 보유 차주의 신용대출 연체율은 0.31%에 그쳤지만 1년 만에 0.7%포인트나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신용점수가 KCB 기준 820점 이하인 중·저신용자의 연체율은 2021년 말 1%에서 지난해 말 2.96%로 치솟았다.



케이뱅크 측은 “연체율 상승이 암호화폐 투자와 관계가 있는지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비트 연계 계좌가 없는 차주의 신용대출 연체율은 같은 기간 0.15%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암호화폐 시장이 2021년 급등했다가 2022년 급락한 사이 연계 계좌 미보유 차주의 연체율은 소폭 오른 반면 연계 계좌를 보유한 차주의 연체율은 3배가 뛴 것이다.



◇은행-코인 연계성 밀접해져 리스크 전이↑

케이뱅크에서 돈을 빌린 투자자가 업비트로 향하고 케이뱅크는 업비트가 예치한 투자자들의 돈을 다시 대출 재원으로 쓰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케이뱅크의 ‘업비트 의존도’는 다소 줄긴 했지만 지난해 말 기준 총원화예수금 대비 업비트가 맡긴 법인예수금 비중은 여전히 전체 예수금의 4분의 1 이상인 26%로 높았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암호화폐 시장 리스크가 은행 등 전통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달 10일 미 금융 당국이 실리콘밸리은행(SVB)을 폐쇄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이 커지자 암호화폐 관련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시그니처은행은 불과 이틀 만인 12일 폐쇄됐다. 시그니처은행의 파산 원인은 주 예금 고객이 몸담았던 암호화폐 업황 악화 및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었다.

이와 관련해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지난달 24일 국민의힘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가 개최한 ‘제7차 민·당·정 간담회’에서 “SVB 사태로 주목해야 할 점은 은행 등 전통 금융 시스템과 암호자산 간의 연계성이 밀접하다는 점”이라며 “이번 사태는 암호자산이 은행 및 전통 금융 시스템 안정에 영향을 미칠 만큼 커졌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진단한 바 있다.

김한규 의원은 “시장 침체기 속 코인 시장을 향한 과도한 ‘빚투’가 은행 건전성 악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은행이 대출 규모 및 수수료 수익 확대를 위해 위험 부담을 차주에게 전가하거나 심사를 소홀히 하지는 않았는지 등도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케이뱅크 관계자는 “리스크 및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고 상품 운용에 보수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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