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의 차기 대표 자리에 윤훈수 현 대표가 단독 입후보했다. 업계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의결권이 있는 파트너들이 이달 27일 찬반 투표에서 윤 대표의 연임을 확정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차기 대표의 임기는 오는 7월1일부터 시작한다.
18일 재계와 회계 업계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이 지난 17일 마감한 차기 대표 후보자 모집에는 오직 윤 대표만 응모했다. 삼일회계법인 측은 이에 대해 “대표 입후보 사안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윤 대표의 연임 여부는 오는 27일 열리는 파트너 총회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총회에서는 의결권이 있는 파트너 200여 명이 찬반 투표로 차기 대표를 선정한다. 전체 파트너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참석해 과반 이상이 찬성하면 윤 대표의 연임이 확정된다. 최종 찬성률은 공개되지 않을 전망이다. 찬성률이 과반만 넘기면 더 이상 집계하지 않는 삼일회계법인의 관행을 따른 조치다. 득표율을 두고 불필요한 잡음이 나올 것을 방지하는 차원의 전통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추가 입후보자가 나오는지가 관건이었는데 단독 후보로 좁혀지면서 사실상 연임이 확정된 분위기”라며 “윤 대표의 실력이 첫 임기 3년 동안 증명됐고 구성원들도 조직의 안정을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지난 2020년 7월부터 3년 간 삼일회계법인을 이끈 인물이다. 연임이 확정되면 올 7월1일부터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다. 승진자, 조직 개편안 등 2기 체제의 구체적인 윤곽은 6월 16일 파트너 총회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윤 대표의 연임 도전이 압도적 실적 향상에 기인했다고 봤다. 삼일회계법인은 윤 대표 취임 이후 매년 매출 신기록을 경신했다. 컨설팅 부문 계열인 PwC컨설팅과 삼일회계법인의 합계 매출이 2020 사업연도(2020년 7월~2021년 6월)에 1조 128억 원을 기록해 업계 최초로 1조 원을 돌파했고 2021 사업연도에는 이보다 21.7% 많은 1조 2323억 원으로 불었다.
삼일회계법인의 매출 신기록을 이어가는 것인 윤 대표가 지휘봉을 잡은 이후 기업 인수합병(M&A) 등 수익성이 큰 경영 자문 부문의 비중을 높인 덕문이다. 삼일회계법인 전체 매출에서 경영 자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 사업연도 때 40.95%에서 2021년 43.39%로 증가했다. 지난해 하반기 회계 업계 ‘감사인 자유 수임 전쟁’ 때는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005930)를 경쟁사에 빼앗긴 뒤 곧장 삼성생명(032830)과 KB금융(105560)지주·CJ(001040)·CJ제일제당(097950)·카카오(035720)·HMM(011200)·태광산업(003240) 등의 감사 계약을 잇따라 따내며 업계 1위의 저력을 보여줬다. 주기적 기업 감사인도 4대 회계법인 가운데 가장 많이 지정받았다.
윤 대표는 취임 후 부문별 대표들에게 권한을 대거 넘기며 수직적이던 삼일의 조직 문화를 수평적으로 변화시켰다는 평가도 받는다. 2기 체제부터는 경쟁사와 모든 부문에서 격차를 벌려 ‘압도적 1위 회계법인’의 위상을 더 공고히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일은 이미 2021회계연도 기준 2272명의 회계사를 거느린 국내 최대 회계법인이다. 2위인 삼정회계법인(1910명)보다 300명 이상 더 많다. 실무 능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3년 이상~15년 미만 회계사 비중(52.5%)로 삼정(45.4%)보다 앞선다. 중소형 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 “규모와 실력 등 모든 면에서 삼일이 회계 업계 부동의 1위” 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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