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중소기업 기술 및 아이디어를 탈취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하는 등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기업과 기술·아이디어 도용 문제로 분쟁을 겪고 있는 스타트업 대표들은 기술 보호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박희경 변호사는 재단법인 경청이 18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최한 ‘대기업 아이디어 탈취 피해기업 기자회견’에서 “아이디어 및 성과물 침해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상 아이디어 침해, 데이터 부정사용, 성과물 침해는 형사 처벌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박 변호사는 “형사처벌 규정을 기반으로 고소가 가능해지면 압수수색 등 수시기관이 개입할 수 있어 기술 침해에 대한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며 “사회적으로 아이디어 보호가 중요하다는 인식 개선을 위해서도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대기업과 기술·아이디어 도용 관련 분쟁을 겪고 있는 스타트업 5개 사가 참석해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롯데헬스케어와 분쟁을 겪고 있는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는 “분쟁이 발생하면 특허청이나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로 신고를 해야 하는 것을 모르는 중소기업 대표들이 많다”며 “중기부에서 대응 절차를 상의해주는 조직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협경제지주와 분쟁을 겪고 있는 방성보 키우소 대표는 “유명무실한 부정경쟁방지법 및 공정거래법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개선해 대기업이 섣불리 기술을 침해할 수 없게 해야 한다”며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대응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홍성남 팍스모네 대표 역시 “금융기관이 소송으로 시간을 끌어 스타트업의 혁신을 좌절시키는 것은 개별 기업에 대한 ‘갑질’을 넘어 특허 제도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라며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아이디어 및 기술 탈취 관련 분쟁이 발생했을 때 신고기관이 중복되는 경우가 많다”며 “중소기업 기술 침해에 공동대응할 수 있는 상설 협의체를 구성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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