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외국인 관광객이 전멸하면서 텅 비었던 명동거리에 다시 관광객이 찾아들자 길거리 음식 물가가 급등했다. 밀가루를 비롯해 모든 식자재 가격 상승분을 반영했다 해도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핫바의 경우 백화점보다 2.2배 가량이나 비싼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19일 서울경제가 명동 길거리 음식 가격을 취재한 결과 코로나 이전 대비 모든 메뉴의 가격이 1.5배 가량 상승했다. 붕어빵은 4000원, 핫도그는 4000~5000원, 치즈볼은 6000원, 핫바와 닭고치는 5000원, 군만두(4개) 7000원, 과일꼬치 5000원, 회오리 감자 5000원, 랍스터 구이는 2만 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계란빵도 한 개에 2000원이었다.
인근 유명 백화점과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고 오히려 명동 길거리 음식 가격이 비싼 경우도 있었다. 실제로 인근 유명 백화점에서는 닭꼬치는 3300원, 핫바는 2700원~35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상인들은 이처럼 명동 길거리 음식 가격이 급등한 것은 밀가루 등 식재료 가격을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명동에서 노점을 하고 있는 A씨는 “코로나 기간 동안 장사를 전혀 하지 못했고 다시 시작하려니 재료 가격이 안 오른 것이 없었다”며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인상했다”고 전했다. 또다른 상인 B씨도 “가격을 올려야할지 고민이 많았지만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명동에 쇼핑을 나왔다는 C씨는 “닭꼬치, 붕어빵, 핫도그 가격을 보고 놀랐다”며 “이 가격이면 백화점에서 사먹거나 요즘 그렇게 비싸다고 난리치는 치킨을 사먹는 게 훨씬 더 가성비가 높은 거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백화점 비싸다고 할 게 아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러나 외국인의 경우 한국인 길거리 음식 문화를 체험하려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사먹을 수 있지만, 가격이 너무 높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울경제가 명동 거리를 찾은 날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예전 수준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했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1월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은 43만4429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8만1851명) 430% 증가했다. 물론 코로나 이전에 비하면 30% 수준에 불과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2월 수도권에 위치한 현대프리미엄아울렛엔 1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했다. 지난해보다 6배 늘어난 수치다. 롯데백화점도 본점과 잠실점을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는 매출로도 이어졌다. 올 1~2월 롯데백화점 본점과 잠실점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 650%, 410% 증가했다.
이처럼 외국인 관광객이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외국인들이 꼭 찾는 장소인 명동이 일명 ‘바가지 요금'으로 논란을 겪을 경우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엔데믹으로 겨우 외국인들이 찾으면서 공실률도 50%에서 22%로 감소한 상황에서 바가지 논란으로 외국인들이 지갑 열기를 꺼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음식이 K푸드로 굉장한 인기를 얻고 있고 쇼핑하면서 이를 맛 볼 수 있는 장소가 명동으로 알려졌는데 관광지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비싸다면 좋지 않은 인상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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