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시작된 대규모 감원 바람이 경기 둔화 우려를 타고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기업들이 구조 조정으로 최대 수만 명을 해고하면서 미국 고소득 근로자들의 실업수당 신청 건수도 급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2차 대규모 감원을 실시한 다음 날인 20일(현지 시간) “기술 관련 부서의 직원 약 4000명이 해고됐다”고 밝혔다. 그는 “5월이면 올해 감원은 대부분 마무리되겠지만 내년이나 그 이후에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알 수 없다”며 추가 감원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저커버그 CEO는 “향후 채용 규모는 연간 전체 직원의 1~2% 수준 내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고용 감축 의지도 드러냈다.
대규모 구조 조정 움직임은 미국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이날 아마존의 유기농 식품 체인 계열사인 홀푸드마켓은 내부 통지를 통해 영업 지역을 9곳에서 6곳으로 통합하고 전체 직원 10만 5000명의 약 0.5%(525명)를 해고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아마존이 비용 절감을 위해 수익성이 좋지 않은 사업을 정리하는 상황에서 홀푸드마켓이 감원에 나선 점에 주목했다. 지난해부터 인원을 감축해온 아마존의 전체 해고자는 최소 2만 70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미국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와 인사이더 역시 전체 인력의 15%, 10% 수준을 각각 줄일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고임금 사무직이 대거 해고되면서 미국 고소득 가구의 실업수당 신청 건수도 폭증하고 있다. 미국 인구조사국 조사(3월 29일~4월 10일)에 따르면 연 소득 20만 달러(약 2억 6000만 원) 이상 가구에 속한 성인의 실업보험 청구 건수는 11만 3800명으로 전년 동기(1만 8100명)의 6배가 넘었다. WSJ는 “이는 최근 몇 달간 이어진 기술·금융 등 화이트칼라 종사자들에게 불어닥친 해고의 물결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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