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의 행성 ‘수금지화목토천해(수성·금성·지구·화성·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 이들의 영어이름은 모두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이름에서 유래했습니다.
수성은 영어로 ‘머큐리(Mercury)’인데 로마 전령의 신 ‘메르쿠리우스((Mercurius)’에서 따왔습니다. 메르쿠리우스는 많은 신들과 교류하면서 서로의 소식을 전하기 때문에 한 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죠. 수성은 새벽과 초저녁에만 잠깐 보이는데 로마인들은 이런 모습이 분주해 보였고, 전령의 신과 같다고 해서 그의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금성은 ‘비너스(Venus)’인데 미(美)의 여신 ‘베누스(Venus)’에서 유래했죠. 금성은 태양계 행성 중 가장 밝고 은은한 빛을 띠고 있어 아름다운 행성으로 통합니다. 그래서 아름다움을 상징하기 위해 미의 여신 이름을 붙였습니다.
지구는 잘 알다시피 ‘어스(Earth)’입니다. 이는 고대 게르만족의 언어 ‘땅’, ‘대지’를 뜻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어스는 로마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 ‘텔루스(Tellus)’에서 유래했는데 로마식으로는 ‘가이아(Gaia)’라고 부릅니다. 텔루스는 ‘만물의 어머니’이자 ‘신들의 어머니’로 불립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지구의 모습이 대지의 여신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영어로 ‘마스(Mars)’인 화성은 전쟁의 신 ‘마르스(Mars)’에서 따왔죠. 마스는 그리스에서 ‘아레스(Ares)’로 불리는데 화성 특유의 붉은 빛이 공포감과 피로 물든 전쟁터를 연상케해 전쟁의 신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목성은 ‘주피터(Jupiter)’입니다. 로마신화에서 최고의 신인 ‘유피테르(Jupiter)’에서 유래했는데 그리스식으로는 ‘제우스(Zeus)’라고 불립니다. 제우스는 천둥을 다스리는 천공의 신이기도 한데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인 목성에 걸맞게 최고의 신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토성은 ‘새턴(Saturn)’으로 ‘사투르누스(Saturnus)’에서 따왔습니다. 그는 로마에서 농업의 신으로 불리는데 제우스에게 쫓겨 이탈리아로 도망친 뒤 로마인들에게 농경법을 알려줬다고 합니다.
‘우라너스(Uranus)’인 천왕성은 하늘의 신 ‘우라노스(Ouranos)’에서 유래했죠. 우라노스는 아들인 사투르누스(토성)로부터 추방당한 신입니다. 토성보다 멀리 있는 천왕성의 모습이 쫓겨난 것처럼 보여 그의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해왕성은 ‘넵튠(Neptune)’입니다. 바다의 신 ‘넵투누스(Neptunus)’의 이름을 땄습니다. 그리스 식으로는 ‘포세이돈(Poseidon)’이라고 불리며, 해왕성의 푸른 표면이 바다와 같다고 해서 바다의 신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2006년까지 태양계 행성이었지만 지금은 퇴출 돼 소행성으로 분류된 명왕성은 ‘플루토(Pluto)’입니다. 로마식으로도 ‘플루토’라고 불리며 그리스식으로는 ‘하데스(Hades)’라고 하죠.
플루토는 죽음과 지하세계를 관장하는 신인데 그의 이름이 명왕성으로 쓰인데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합니다. 1930년에 명왕성이 발견됐을 때 천문학자들이 논의 끝에 ‘플루토’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동양에서는 음양오행설을 바탕으로 ‘화(火·불)’, ‘수(水·물)’, ‘목(木·나무)’, ‘금(金·쇠)’, ‘토(土·흙)’를 붙였습니다. 수성·금성·화성·목성·토성은 고대 동양에서도 쉽게 관측 돼 오래전부터 이렇게 명명했습니다.
그런데 고대 동양에서는 천왕성과 해왕성, 명왕성은 발견하지 못해 서양의 천문학이 들어올 때 서양식 이름을 번역한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곳 행성은 ‘둥근 공 모양의 땅’이라는 뜻으로 ‘지구(地球)’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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