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레 빈 나세르 알자세르 사우디아라비아 교통물류부 장관이 인프라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다음 달 한국을 찾는다. 이번 방한으로 ‘네옴시티’ 등 사우디가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인프라 사업 수주전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24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가 사우디 측과 알자세르 장관의 방한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가운데 다음 달 8~9일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자세르 장관은 방한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등과 개별 면담을 진행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양국 간에 인프라 협력에 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알자세르 장관의 부산항 방문도 추진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비전 2030’의 일환으로 기존 항만을 확대하는 등 해상 물류 산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우디 신규 항만 사업은 수조 원 대 프로젝트로 앞서 조 장관은 지난달 부산항만공사·HMM·현대건설 등 국내 기업과 함께 사우디 현지를 찾아 알자세르 장관과 해운·항만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사우디가 자국 항만 산업을 키우려는 배경에는 국제 물류허브로 도약하겠다는 야심 찬 구상이 있다. 사우디를 유럽·아시아·아프리카 등 3개 대륙을 잇는 해상 물류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사우디는 올 초 19억 달러(약 2조 5000억 원) 규모의 킹압둘아지즈항 재개발 프로젝트를 가동하기도 했다. 사우디 항만 물동량은 올 3월 기준 69만 3523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1년 전(57만 2475TEU)보다 21.14% 증가했다.
국내 기업의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과거 현대건설은 1970년대 ‘20세기 최대 토목공사’로 꼽히는 사우디 주바일 산업항 건설공사를 수주하기도 했다. 구교훈 배화여대 국제무역물류학과 교수는 “항만 건설·개발 분야에서 국내 기업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꾸준한 수익성이 보장된 항만 운영 사업에서도 한국의 위상은 탄탄하다”고 설명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사우디 정부도 한국 기업의 (자국) 항만 프로젝트 참여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방문으로 네옴시티 수주전에도 청신호가 기대된다. 네옴시티는 총 사업비만 5000억 달러(약 667조 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마트시티 건설 프로젝트다. 정부는 지난해 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방한 당시 수십조 원 규모의 네옴시티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후 수주 전담 조직을 꾸리는 등 수주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올 3분기 서울에서 아시아 최초로 네옴시티 투자설명회도 개최할 계획이다.
이런 정부의 노력이 수출 반등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이달까지 7개월 연속 뒷걸음질치고 있다. 올 1분기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액도 61억 787만 달러(해외건설협회 기준)로 전년 동기 대비 7.7% 감소했다. 정부가 연간 해외건설 수주액을 2027년까지 500억 달러 규모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도 수출 부진과 무관하지 않다. 네옴시티 등 해외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중심으로 수출 반등 모멘텀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발주 시점 등을 고려하면 실적 가시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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