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양국의 반도체 관련 논의도 사전 견제하고 나섰다. 한국이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동참하면 한국 기업이 엄청난 손해를 볼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현지 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을 향해 “전형적인 과학기술 괴롭힘 행태”라며 “결연한 반대”를 표명했다. 한국을 향해서도 “우리는 관련 국가 정부와 기업이 시비를 구별하고 다자간 무역 시스템을 공동으로 수호하며 글로벌 산업망·공급망의 안정을 지킬 것을 호소한다”며 26일 정상회담을 앞둔 양국에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도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분야 중국 봉쇄 전략에 협조하라는 미국의 더 큰 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윤 대통령의 방미 기간에 반도체 문제가 현안이 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한미 협력을 강조하기 위해 윤 대통령이 구두 약속 등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마지화 다루이경영컨설팅 창업자는 “미국은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에 타격을 주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며 “미국은 한국 반도체 생산 업체들이 반도체 전쟁의 최전선에 서도록 등을 떠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이 국익을 우선한다면 한국 기업들의 중국 내 사업을 제약하라는 미국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약 그렇지 않고 중국을 향한 디커플링에 미국과 함께한다면 한국 반도체 대기업들이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에서도 “한국 반도체 제조 업계가 미국의 통제를 받고 미국의 중국 봉쇄 전략에 협조한다면 경쟁력 약화로 귀결될 뿐”이라며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인 중국발 수요를 놓친다면 미국의 보조금도 무용지물이라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지난해 한국의 메모리반도체 수출이 전년 대비 10.7% 감소했다며 중국이 한국의 최대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당국의 경고성 발언과 관영 매체의 일련의 보도는 한국 기업의 중국 사업 비중과 중요성을 부각해 한국과 미국의 동조화를 막아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일본은 최근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에 네덜란드와 함께 동참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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