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빅테크 실적 발표를 앞두고 지역은행과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하락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이 1.98%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1.58%, 1.02% 떨어졌는데요.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한때 연 3.38%까지 내려왔습니다.
어제 1분기 예금이 40% 넘게 빠졌다고 밝힌 퍼스트리퍼블릭뱅크는 주가가 49.37% 폭락했는데요. 웨스턴 얼라이언스(-5.58%)와 팩 웨스트 뱅크코퍼레이션(-8.92%), 지온스 뱅크코퍼레이션(-5.45%) 등 다른 지역은행들도 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은행 공포가 돌아왔는데요.
현재 80세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4년 전 출마 당시 미국의 정신을 둘러싼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는데 이것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개인의 자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내년 재선에 도전하는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리턴 매치 가능성이 나오는데요. 오늘은 주요 기업 어닝과 함께 경기, 증시 전망을 알아보겠습니다.
“GM·맥도널드·펩시, 예상 웃돈 실적=탄탄한 수요=강한 경제?”…“UPS, 미국 내 소포 물량 -5.4% 화물침체 경고”
주요 소비 기업 실적부터 간단히 보죠. 이날 1분기 실적을 내놓은 제너럴모터스(GM)의 경우 조정 기준 주당순이익(EPS) 2.21달러로 레피니티브 집계치 1.73달러를 웃돌았는데요. 매출도 399억9000만 달러를 기록해 월가 예상(389억6000만 달러)보다 많았습니다. 전년 대비 11.1% 증가한 건데요. 폴 제이콥슨 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분기 실적을 본 뒤에 올해 어닝 가이던스를 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며 올해 EPS 전망치를 6.35달러에서 7.35달러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GM의 선전은 북미 판매 증가 덕인데요. 1분기 북미 차량판매가 70만7000대로 18% 급증했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판매량이 25% 감소해 46만2000대에 그친 중국 시장의 부진을 상쇄했지요. 블룸버그는 “GM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요에 올해 가이던스를 높였다”고 평가했습니다.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널드 실적도 생각보다 좋았는데요. 맥도널드의 1분기 실적을 보면 EPS 2.63달러에 매출 59억 달러로 시장 전망치 2.33달러와 55억9000만 달러를 모두 상회했습니다. 지난해 메뉴 가격을 10% 인상했음에도 매출과 수익성이 다 좋아진 건데요.
가격 상승과 방문자 수 증가에 동일매장 매출 성장률이 12.6%나 됐습니다. 스트리트어카운트 추정치는 7.9%였죠.
가격을 16% 올린 펩시코도 괜찮았습니다. EPS가 1.50달러로 예상(1.39달러)보다 많았고 매출 178억5000만 달러도 생각(172억2000만 달러)보다 컸죠. 앞서 가격을 11% 높인 코카콜라도 깜짝 실적을 보여주며 수요가 강하다는 점을 보여줬는데요. 벤 에이어스 네이션와이드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여전히 회복력있는 고용시장에 리볼빙 서비스를 늘리면서 소비자들이 아직 여유를 갖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경기침체라고? 소비자들이 가격상승을 흡수하면서 대형 소비 기업들의 어닝이 2분기 연속 감소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우려를 낮췄다”고 하기도 했는데요. 미국은 소비가 경제의 3분의2니까 이들 기업 실적이 경제를 바라보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죠.
하지만 좀 더 넓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가격 상승 시 매출은 증가하는데요.
문제는 앞으로겠죠. 자동차만 해도 아직 불확실성이 있습니다. 테슬라만 해도 지속적인 할인 판매 없이는 매출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테슬라 ‘모델Y’ 기본 가격이 4만6990달러로 지난해 중반 이후 2만 달러가량 조정됐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GM 주가가 4.02% 빠진 것을 두고 “이유 가운데 하나는 테슬라처럼 할인 판매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는데요.
자동차 구매에 중요한 금리와 인플레이션 역시 부담스럽습니다. 시장 조사기관인 켈리 블루 북에 따르면 3월 자동차 구매고객들은 전년보다 1800달러 많은 평균 4만8008달러를 부담했다고 하죠.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전체 1분기 신차 판매가 7% 증가한 360만 대 수준이지만 3월부터 느려지고 있고 3월 증가분의 상당 수가 개인이 아닌 렌터카와 기업 구매분”이라고 했는데요.
맥도널드의 상대적으로 나은 실적은 양면이 있기도 합니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역사적으로 맥도널드 같은 패스트푸드 체인은 경제적으로 불확실한 시기에 소비자들이 더 싼 음식을 찾으면서 운영이 잘 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데이터 회사 뉴메레이터는 3월 기준 최근 1년 간 맥도널드 이용고객의 지출금액이 평균 7.77달러로 라이벌인 버거킹이나 웬디스보다도 낮다고 했습니다. 맥도널드 입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거시 측면에서 보면 소비자들이 싼 것을 찾으니까 “소비가 매우 잘 유지되고 있다”는 신호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데요. 맥도널드 측도 “연말께 침체가 올 수 있다”고 재확인했습니다.
물동량을 보여주는 UPS는 패키지당 매출이 4.8% 증가했지만 소매수요 감소에 소포 물량이 5.4% 감소했는데요. 이날 UPS 주가는 10.07% 폭락했죠. UPS는 올해 매출 전망치가 1월 제시분(970억~994억 달러)의 하단에 위치할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4월 소비자신뢰지수 101.3 예상치 하회 기대지수도 68.1”…“퍼스트리퍼블릭, 자산 최대 1000억 달러 매각”
UPS 문제는 디젤 가격에서도 나타납니다. 전국적인 화물 운송이 둔화하면서 디젤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는 건데요. 거꾸로 디젤 가격 급락이 미국 경제에 경고음을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뉴욕항의 도매용 디젤 값이 갤런당 2.65달러로 지난해 5월(5.34달러)의 절반도 안 되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디젤 가격 하락이 미국 경제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며 “화물침체(Freight recession)는 미 전역에 걸쳐 트럭들이 더 적은 물건을 나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습니다.
이 같은 물류 부문의 향후 경기둔화 신호는 경제지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날 나온 콘퍼런스보드의 4월 소비자신뢰지수가 101.3으로 블룸버그통신 집계치 중앙값 104를 밑돌았습니다. 3월(104)보다도 낮았는데요. 지난해 7월 이후 최저치입니다.
소비자들의 6개월 뒤 전망을 보여주는 기대지수는 68.1로 작년 7월 이후 가장 낮은데요. 3월은 74.0이었습니다.
기대지수는 지난해 2월 이후 12월 한 달을 빼면 계속 80을 하회하고 있는데요. 80 밑은 1년 내 침체가 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반면 지금 상황을 평가하는 현재 여건지수는 전월 148.9에서 이번에 151.1까지 올라왔는데요.
종합하면, 현상황은 생각보다 나은 것 같은데 앞으로는 계속 안 좋아질 수 있다고 본다는 거죠. 1분기 소비기업 실적이 상대적으로 괜찮았다고 해서 안심하면 안 되는 이유기도 합니다. 스티븐 스탠리 산탄데르 US 캐피털 마켓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응답자들은 현재 상황을 좋아하고 자신들의 재정 상황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경제가 광범위하게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엘리자 윙어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4월의 소비자 신뢰도 하락은 (지역은행 위기에 따른) 신용공급 축소에 대한 초기 대응일 수 있다. 은행 혼란에 따른 경제적 역풍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실제 어제 퍼스트리퍼블릭 실적 공개 이후 지역은행의 주가 약세가 다시 이어지고 있는데요. 웨드 부시의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치아베리니는 “퍼스트리퍼블릭이 몇 년 간 영업손실을 낼 수 있다”고 했죠.
퍼스트리퍼블릭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자산매각에 나서고 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퍼스트리퍼블릭의 경우 장기 모기지대출과 보유증권을 500억 달러에서 최대 1000억 달러어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데요.
문제는 퍼스트리퍼블릭의 대출이 대부분 금리가 낮을 때 이뤄진 것들이라는 점입니다. 지금은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으니까 퍼스트리퍼블릭의 대출을 사려는 곳들은 이를 싸게 사들이려고 할 겁니다. 특히 퍼스트리퍼블릭의 상황이 어려운 걸 아니까 가격을 후려치려고 하겠죠. 이렇게 되면 퍼스트리퍼블릭은 자산 매각 과정에서 또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는데요.
특히 퍼스트리퍼블릭은 대형 은행의 300억 달러 공동예금이 걸려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금융권의 불안 요인이 될 겁니다. 이날 JP모건체이스(-2.17%)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3.09%), 씨티(-2.30%) 등 대형 은행도 줄줄이 하락했죠.
퍼스트리퍼블릭 문제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3월 은행위기에서 크고 작은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을 겪은 지역은행의 앞날은 험난합니다. 빌 윈터스 스탠다드차타드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지난달 시장 혼란이 잦아든 것처럼 보이지만 새로운 이슈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는데요. 그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빠른 금리인상이 일부 은행의 비즈니스 모델 밑에 숨어있던 결점들을 외부로 드러나게 했다”며 “이런 문제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오늘 은행 불안에 기준금리 인상 확률도 떨어졌습니다. 5월 0.25%포인트(p) 금리인상 기조를 바꾸지는 못하지만 시장이 침체를 좀 더 걱정하게 된 건데요.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4시11분 현재 5월 0.25%p 인상 확률이 77.9%로 하루 새 12.6%p 빠졌습니다.
“美 주택시장 바닥론 확산 침체 정도 완충 가능성”…“피터 린치, 애플·엔비디아 못 산 것 후회”
하나 더 볼 건, 주택시장인데요. 미 상무부는 3월 신규 주택 판매가 전월 대비 9.6% 증가한 연율 기준 68만3000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시장에서는 0.9% 감소한 63만4000채를 예상했었는데요.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2월 전미 주택가격지수도 전월보다 0.2% 상승했습니다. 7개월 동안 마이너스였던 수치가 8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선 건데요.
이 때문에 주택시장이 바닥을 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엘렌 젠트너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건설과 구매 데이터를 보면 바닥을 치고 있다는 게 꽤 분명해 보인다”며 “경기순환이 주택순환과 거의 같다는 전통적인 방식에 빗대 보면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증거"라고 했는데요. 기준금리가 5월에 한 번 더 올라가더라도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은 낮기에 대출금리 측면에서 긍정적 요인이 있습니다.
다만, 주택시장 상황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낫더라도 지역은행 문제에 따른 대출 축소와 인플레이션, 누적 긴축효과 등이 남아 있어 침체 가능성이 줄어드는 정도로 보는 게 맞다는 분석이 제기되는데요. 마이클 페롤리 JP모건체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시장이) 경착륙의 가능성을 낮추지만 여전히 경기침체가 4분기에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건설업의 고용감소도 이제 시작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결국은 지역은행 대출 및 고용, 인플레와 얽혀있는 소비가 어떻게 되느냐가 핵심이죠. 여기에 많은 게 달려있는데요.
증시 상황 더 보죠. 월가의 전설인 피터 린치는 이날 CNBC에 나와 미국 경제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는 질문에 “내 생각에 사람들은 개별 주식에 투자한다. 그들은 냉장고를 살 때는 조심스럽게 접근하지만 버스에서 주식에 관한 얘기를 듣고서는 돈을 막 넣는다. 정말 조심해야 한다. 기업을 보고 대차대조표를 보라”고 자신의 투자에 대한 생각을 재차 강조했는데요. 지금도 유효한 전략이라는 겁니다.
그는 적당한 투자 대상을 찾을 때 앞으로 5년 간 잘 될 회사를 찾고 실적이 턴어라운드할 업체를 찾아야 한다고 했는데요. 피터 린치는 애플과 엔비디아를 못 산 것은 후회가 된다고 했습니다. 그는 “애플은 그렇게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다. 내가 얼마나 바보 같았나?”라며 “애플은 좋은 대차대조표(nice balance sheet)를 갖고 있다”고 했죠.
이날 피터 린치가 언급하지 않은 다른 빅테크의 실적은 좋았습니다. 알파벳은 EPS 1.17달러, 매출 697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는데요. 레피니티브는 알파벳의 EPS를 1.07달러, 매출은 689억 달러로 점쳤었습니다. 스트리트어카운트는 유튜브 광고매출은 66억 달러, 클라우드 매출은 74억9000만 달로 봤었는데요. 유튜브 광고는 66억9000만 달러로 예상을 넘었지만 클라우드는 74억5000만 달러로 살짝 미달했습니다.
MS의 경우 월가의 예상은 EPS 2.23달러에 매출 510억2000만 달러였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2.45달러, 528억600만 달러로 예상을 깼습니다.
그럼에도 증시 전체로 보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밀러 타박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매트 매일리는 “신용축소가 경기침체를 초래하지 않는 때가 있었나? 답은 없었다”라며 “투자자들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데 시간을 좀 더 써야 하며 그들의 포트폴리오를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고 했는데요. 두브라코브 라코스-부하스 JP모건 수석 미국 주식 전략가는 “일부 성장주에 대한 시장 의존도가 이미 극단적인 수준”이라며 많은 종목이 랠리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투자자들이 걱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침체 가능성이 있다는 건데요.
반면 BofA는 지난 주 기준 고객들이 한 달 만에 미국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순매수로 돌아섰다고 밝혔습니다. 어제 BofA 글로벌 리서치의 사비타 수브라마니안은 “개인 투자자들이 채권을 사기 위해 주식을 팔고 있고 기관투자자들은 2009년 이후 주식 할당 비율이 가장 낮다. 이는 (증시가) 너무 약세론에 빠져 있어 앞으로 강세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는데요. 그러면서 “좋은 소식은 모두가 나쁜 소식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선택적 매수를 권했죠.
빅테크 출발이 좋았고 주택시장도 바닥을 쳤을 수 있지만 크게 볼 필요가 있는데요. 계속 말씀드리지만 지역은행 문제는 단기에 끝나는 게 아닙니다.
※네이버 기자구독을 하시면 월가와 미국 경제, 연준에 관한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