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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대우조선 인수 조건부 승인… 공정위 "경쟁사 차별 말라"

현중에 차별적 정보 제공시 대우조선 입찰 유리

방사청 '유일 수요자'지만 규제 사각지대 존재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한화(000880)그룹의 대우조선해양(042660) 인수를 승인했다. 3년간 함정 부품 견적 가격 등에 있어 경쟁사를 차별하지 않는 조건이다. 한화는 앞으로 반기마다 공정위에 이행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공정위는 26일 전원회의를 열어 심의한 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한화시스템(272210) 등 5개 사업자가 대우조선해양 주식 49.3%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에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조건으로 승인 결정을 내린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심사의 쟁점은 함정 부품 업체인 한화와 함정 건조 업체인 대우조선해양 간 기업결합으로 관련 시장에서 경쟁이 제한될 가능성이었다. 특히 한화그룹이 함정 부품 13개 시장에서 1위 사업자인 데다 대우조선해양이 수상함 시장에서 점유율 25.4%의 2위 사업자, 잠수함 시장에서 점유율 97.8%의 압도적인 1위 사업자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공정위는 한화가 경쟁사에 차별적인 정보 또는 견적을 제시해 함정 입찰 과정에서 공정한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가령 함정 입찰에서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이 경쟁하게 된다면 부품 기술을 보유한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에만 상세한 기술 정보를 제공해 유리한 입찰을 끌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방위사업청의 함정 입찰 평가는 기술능력평가 80%, 가격평가 20%로 구성돼 미세한 점수 차이로 낙찰자가 선정되는 만큼 차별적 정보 제공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공정위의 시각이다.



입찰 과정에서 한화가 경쟁사의 영업비밀을 얻었을 경우 이를 계열사에 제공할 우려가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현대중공업 등 경쟁 조선사들은 함정 부품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한화와 협력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때 한화가 경쟁사들의 기술적 한계나 단점 및 개발 일정, 단가 정보 등을 대우조선해양에 공유하면 제안서 작성에서 경쟁사 대비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화 측은 함정 입찰 시장에서 국가 기관인 방사청이 유일한 수요자라 공정위가 우려하는 경쟁 제한이 나타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입찰이 시작되고 방사청이 공식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전에 이뤄지는 ‘물밑 경쟁’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 가령 한화가 높은 견적 가격을 제시해 함정 건조 업체가 함정 입찰을 포기할 경우 방사청의 감독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에 공정위는 한화에 △함정 부품 견적가와 관련해 대우조선해양과 경쟁 업체를 부당하게 차별하는 행위 △함정 건조 업체가 입찰 제안서 작성을 위해 필요한 함정 부품 기술 정보를 방사청을 통해 요청했을 때 부당하게 거절하는 행위 △입찰 과정에서 경쟁 사업자로부터 취득한 함정 부품 또는 함정 관련 영업비밀을 해당 사업자 동의 없이 대우조선해양 등에 제공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시정 조치를 내렸다.

이러한 조치는 한화의 최근 5년간 평균 점유율이 50% 이상인 10개 함정 부품 시장 중 관급(방사청이 직접 구매) 시장을 제외한 도급(함정 건조 업체가 구매) 시장에 적용된다. 한화는 3년간 시정 조치를 준수하고 공정위에 반기마다 이행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공정위는 3년 뒤 시정 조치 연장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국가가 유일한 구매자인 수요 독점 시장이라도 입찰 과정에서 경쟁 제한 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시정 조치를 부과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공정위는 방위 산업과 같이 국가 기관의 규제가 존재하는 시장에 대해서도 규제 사각지대에서 경쟁 여건이 악화하지 않도록 심사를 충실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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