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경기둔화와 예상보다 큰 인플레이션 상승에도 메타를 포함한 빅테크 선전에 상승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이 2.43%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1.96%, 1.57% 뛰었는데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연 3.53% 대까지 올랐고, 정책금리에 민감한 2년 물도 4.10% 선까지 치솟았습니다.
생각보다 낮은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경기둔화를, 전망을 웃돈 인플레이션과 견고한 고용지표는 물가 상승을 가르키는데요. 조금 더 뜯어보면 긍정적인 요인도 있긴 합니다. 3월 은행 위기 때 흔들렸던 도이치뱅크는 1분기 이익이 8% 증가하면서 “우리는 투기세력의 피해자”라고 밝혔는데요. 이날 인텔은 1분기 28억 달러 손실을 보고면서 역대 최악의 실적을 내놓았습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이 대통령인 척하는 러시아 일당들에게 속아 전화통화를 했다는 소식이 있었는데요. 퍼스트리퍼블릭뱅크(8.79%)는 이날은 올랐지만 팩 웨스트뱅크는 2% 넘게 빠졌죠. 오늘은 주요 경제지표와 함께 경기침체 가능성, 증시 전망을 알아보겠습니다.
“미, 1분기 GDP 재고·기업 투자 감소에 예상 하회”…“1분기 근원 PCE 물가 4.9% 1년 여 만 최고”
우선 1분기 GDP부터 보죠. 이날 나온 미국의 1분기 GDP 속보치가 연율 기준 1.1%로 나왔습니다. 블룸버그통신 집계치 중앙값이 1.9%, 다우존스가 2.0%였는데요. 예상보다 크게 낮은 겁니다. 미국은 코로나19 이전 10년 간 평균 매연 약 2.2% 성장해왔죠.
주된 이유는 재고였는데요. 1분기 재고 투자의 GDP 기여율이 -2.26%포인트(p)입니다. 블룸버그는 “미온적인 기업투자와 재고감소가 1분기 경제성장을 생각보다 낮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물가는 예상보다 더 뛰었습니다. 경제 전체의 상품과 서비스를 대상으로 해 전체적인 물가 흐름을 볼 수 있는 GDP 물가의 경우 예상치 3.7%보다 높은 4.0%로 나왔습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하락세가 뒤집어졌는데요.
연준이 중요하게 보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도 예상을 웃돌았습니다. 1분기 PCE 물가지수가 4.2%로 예상치(3.7%) 증가했는데요.
에너지와 농산물을 뺀 근원 PCE의 경우 4.9%나 상승했습니다. 지난해 4분기는 4.4%였는데요. 작년 1분기(5.6%) 이후 1년 여 만에 가장 높습니다. 크리스 자카렐리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성장률은 둔화하고 인플레이션은 상승하는 조합”이라며 “연준의 인플레이션 타깃(2%)을 고려하면 연준은 금리를 계속 인상할 필요가 있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둔화 속 물가상승) 가능성이 실제로 있다는 우려가 들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는데요.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2시40분 현재 5월 기준금리 0.25%p 인상 확률이 85.4%로 어제보다 13.2%p 상승했는데요. 6월 추가 인상 가능성도 하루 새 13.7%에서 27.3%로 높아졌죠. 국채금리가 오른 것도 이 때문입니다. 코너스톤 웰스의 클리프 호지는 “지속적으로 강한 노동시장과 함께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견고하다”며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5월에 금리인상에 나서게 하며 6월에도 가능성을 열어두게 한다”고 봤는데요.
실제 고용도 아직은 강한 편입니다. 노동시장에 금이 갔고 둔화하고는 있지만 연준의 기대에는 못 미치는 건데요. 이날 나온 미국의 1분기 지난 주(4.16~4.22)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23만 건으로 전주보다 1만6000건 감소했습니다. 월가 전망치가 24만8000건이었는데 이를 밑돈 거죠.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청구하는 계속 청구건수는 185만800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시장 예상치는 187만 건이었는데요.
추가로 볼 건, 1분기 GDP를 해석할 때 재고의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전체적으로 생각보다 GDP가 낮았고 경기가 둔화하고 있지만 재고를 뺀 상황을 같이 봐야 흐름을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건데요.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헤드라인 GDP는 1분기에 둔화했지만 이는 강한 성장이 없는 상황에서 불안정한 재고로 인해 하락한 것”이라며 “둔화는 모두 (기여도가) -2.3%p에 달하는 변동성이 큰 재고에서 발생했다. 더 좋은 신호인 실질 국내 민간 최종구매액(PDFP)은 연율 기준 2.9% 상승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쉽게 말해 소비가 어느 정도 버티고 있다는 건데요. 지난해 1분기 2.1%였던 PDFP는 2분기 0.5%, 3분기 1.1%를 거쳐 4분기에 0.0%였죠. 개인소비 수치로 봐도 그렇습니다. 1분기 3.7%를 기록, 전망치(4.0%)보다는 낮았지만 2년 만에 가장 높았는데요.
미국은 경제의 3분의2가 소비입니다. 지난해 내내 마이너스였던 상품소비가 1분기 6.5%나 증가했고, 서비스도 호텔과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2.3% 불어났습니다. 지얀 그로엔 TD 증권의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꽤 공격적인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에도 소비자들이 버티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재고를 빼면 나쁘지 않은 GDP=버티는 소비=아직 견고한 고용’이 잘 들어맞죠. 앞서 물가가 생각보다 높았다는 점도 여전히 경기가 상대적으로 뜨거울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경기침체 시점 뒤로 밀려 VS 2분기부터 급격하게 하락”…“샌프란시스코 오피스 빌딩, 코로나19 전 대비 -80%”
이 때문에 1분기 GDP를 잘 보면 생각보다 좋다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경기침체 가능성이 낮아지고 오더라도 진입 시기가 뒤로 밀렸다는 말도 나오죠. 린제이 피에그자 스티펠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가 미국 경제의 근간”이라며 “소비가 회복력이 있다”고 했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기침체가 올 수도 있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1분기 상대적으로 견고한 소비는 시기별로 쪼개서 볼 필요가 있는데요. 뒤로 갈수록 힘이 빠지고 있다는 거죠. 제프리 로치 LPL파이낸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들은 1월에 여전히 소비를 하고 있지만 3월 이후에는 부정적인 미래 전망 때문에 후퇴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엘렌 젠트너 모건 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1분기 후반에 소비가 약했다”며 “긴축정책의 누적 효과와 은행의 신용공여 축소 압력이 성장을 마이너스 영역으로 밀어 넣을 것이기 때문에 2분기부터 상당한 성장 둔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했는데요.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월가의 2분기 GDP 성장률 전망치가 0.2%입니다. 2분기부터 하강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건데요. 고용의 둔화 속도에 달려있지만 소비가 어떤 식으로든 내려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벤 허존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의 이코노미스트는 “개인소비가 계속해서 증가하고는 있지만 그것이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했고, 다나 피터슨 콘퍼런스보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감소는) 자유낙하하는 형태가 아니다. 그것은 통제된 하락이다. 아마 2분기부터 시작하는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정리하면, 1분기 GDP는 △전체적으로 둔화하는 경기와 인플레 상승을 보여주지만 △재고를 뺀 나머지 부분, 소비는 아직 견고하며 △실업수당 자료와 겹쳐보면 상황이 나쁘지 않아 침체 가능성이 줄었다는 평가가 있고 △소비약세 조짐과 지역은행 위기에 침체 우려는 상존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이날 나온 3월 펜딩 주택판매도 예상 외로 하락했는데요.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3월 펜딩 주택판매지수가 전월보다 5.2% 하락한 78.9로 나왔습니다. 넉 달 만의 마이너스이면서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인데요. 월가 전망치는 0.5% 상승이었죠.
WSJ이 이날 소개한 샌프란시스코의 오피스 빌딩 사례를 보면, 350 캘리포니아 스트리트에 위치한 22층짜리 건물이 6000만 달러에 팔릴 것 같다고 합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는 3억 달러로 평가 받은 빌딩이라고 하는데요. 가치가 무려 80% 폭락한 겁니다.
CBRE 그룹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의 사무실 공실률이 약 30%라는데요. 웰스 파고에 따르면 더 이상 원리금을 전액 받지 못하는 오피스 빌딩 관련 대출규모가 지난해 4분기 1억8600만 달러에서 올 1분기에는 7억2500만 달러로 급증했다고 합니다. 대형 은행이야 충분히 손실 흡수가 가능하겠지만 지역은행이 문제겠죠.
“빅테크 어닝에 1분기 GDP 긍정론 겹쳐 증시↑↑”…“되살아난 아마존 판매증가율 9%”
증시 상황 더 보죠. 전반적인 분위기는 메타(13.93%)와 나스닥이 이끌었는데요. 퀸시 크로스비 LPL 파이낸셜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시장은 빅테크 실적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전반적으로 실적이 실망스럽지 않았고 시장은 이것이 필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장마감 후 실적을 내놓은 아마존의 경우 주당순이익(EPS) 31센트에 매출 1274억 달러를 기록했는데요. 레피니티브 집계치는 21센트와 1245억 달러였죠. 매출 성장률이 전년 대비 9%인데 웹 서비스와 광고 부문 매출도 전망치를 상회했습니다.
분기이익도 32억 달러로 월가 예상보다 50%가량 많죠. 루이스 그랜트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의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투자 심리는 여전히 취약하다”면서도 “빅테크 기업들의 초기 비용절감 효과가 성과를 보이면서 시장이 기술주에 강력한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는데요.
이날 시장의 선전은 앞서 설명드렸던 1분기 GDP 내용 가운데 긍정적인 부분만 뽑아서 본 측면이 있어 보입니다. CNBC는 투자자들이 △GDP가 경기둔화의 의미라면 기준금리가 떨어져서 좋고 △재고를 빼면 수치가 괜찮으며 △소비는 상대적으로 좋고 △높은 인플레이션은 앞으로의 상황이 아닌 과거 수치 등으로 보고 있는 점이 이날 증시가 더 많이 오른 이유라고 전했는데요. 제프리 로치 LPL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연말까지 경제가 나빠진다면 연준이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미국 개인투자협회(AAII)는 6개월 뒤 주식시장이 강세일 것이라는 응답 비중이 24.1%로 전주(27.2%)보다 감소했다고 밝혔는데요. 같은 기간 약세는 35.1%에서 38.5%까지 높아졌죠. 지금까지의 평균이 강세 37.5%, 약세 31%니까 약세 비중이 상당한 겁니다.
데이브 세케라 모닝스타의 수석 시장 전략가는 “우리의 기본 케이스는 침체가 없다는 것이며 있더라도 얕고 짧을 것이다. 우리는 증시가 저평가돼 있다고 본다"면서도 “그동안 거래돼 왔던 지수 상단을 뚫고 올라가기 위해서는 주요 경제지표가 호전되거나 다시 상승해야 할 것인데 그것은 아마도 이번 여름 후반이나 가을까지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이유 탓에 지금부터 (가을까지) 주가하락이 있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며 “지역은행은 올해 내내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는데요. 당분간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일 겁니다.
이날 주가가 오른 퍼스트리퍼블릭의 경우 공매도에 쓸 수 있는 주식 비중이 4%에 불과하다고 하는데요. 수수료만 해도 약 20%에 달한다고 합니다. 올해 퍼스트리퍼블릭 공매도에 따른 평가이익만 약 12억 달러로 추정된다고 하죠. 블룸버그는 “투자자들이 공매도에 필요한 주식을 못 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별도로 JP모건체이스가 연준의 통화정책을 예상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모델을 공개했다고 하는데요. 지난 25년 간의 연준 성명과 핵심인사들의 연설을 바탕으로 했다고 합니다. ‘호크-도브 스코어’로 이름 붙은 이 모델에 따르면 현재 연준은 지속적으로 매파 성향을 보인다는데요. 기본적으로 이 지수가 10포인트 상승하면 다음 정책회의에서 0.25%p 인상 가능성이 10%p가량 증가하는 형태라고 합니다.
어쨌든 3월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내일 나올 3월 PCE를 보면 더 잘 알 수 있을 건데요. 지금은 PCE 물가지수가 △전월비 0.1%(2월 0.3%) △전년 4.1%(5.0%) △근원 전월 0.3%(0.3%) △근원 전년 4.6%(4.6%) 등으로 예측됩니다. 개인소비는 -0.1%인데요. 고용비용지수(ECI)도 1.1%로 점쳐집니다.
결국 소비와 고용이 핵심인데요. 퍼스트리퍼블릭의 주가가 오늘 올랐다고 모든 문제가 끝난 게 아니듯 미국 경기도 주요 지표를 잘 봐야 하죠. 증시도 거시 역풍 우려가 여전하구요. 인플레가 지나갔는지 금리인하가 좋은 일일지도 두고 봐야 합니다. 3월 PCE와 ECI에 관한 깊이 있는 분석은 ‘3분 월스트리트’에서 찾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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