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이 지난달 40% 이상 급감하면서 전체 수출액도 7개월 연속 뒷걸음질쳤다. 무역수지도 적자가 계속돼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장 기간인 14개월 연속 적자 행진이 이어졌다. 3개월째 적자 폭을 줄이며 무역수지 흑자 전환에 대한 기대감은 살아나고 있지만 반도체와 대중 수출 부진이 극심해 낙관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4월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4.2% 줄어든 496억 2000만 달러를, 수입액은 13.3% 감소한 522억 3000만 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그 결과 지난달 무역수지는 -26억 2000만 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무역적자 행진이 1년 2개월째 계속된 셈이다. 14개월 연속 적자는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 25년 만에 최장 기간이다.
세부적으로는 4월 수출도 전년 동월 대비 14.2% 줄어 월간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2018년 12월~2020년 1월 이후 가장 긴 연속 수출 감소다.
문제는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에서 좀처럼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8월(-7.0%) 시작된 반도체 수출 감소는 올 1월(-43.4%), 2월(-41.5%), 3월(-33.8%)에 이어 4월에도 41%나 줄면서 9개월 연속 역성장했다. 디스플레이(-29.3%), 석유화학(-23.8%), 석유제품(-27.3%) 등 주력 품목의 수출이 모두 저조한 가운데 자동차(40.3%), 선박(59.2%)이 선전했다.
지역별로는 중국에서의 부진이 뼈아팠다. 지난달 대중 수출은 26.5% 줄어든 95억 2000만 달러로 11개월 연속 감소했다. 올 들어 대중 수출은 3월을 제외하면 모두 100억 달러를 밑돌고 있다.
대중 수출과 대미 수출 간 차이도 지난달 3억 4000만 달러까지 좁혀지면서 조만간 중국이 한국의 최대 수출국 자리를 미국에 내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완기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미국 수출이 괜찮지만)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고 중국의 경제 활동 재개 효과가 나타나면 최대 수출 대상국으로서 중국의 지위를 바꿀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와 같이한다는 ‘안미경세’의 입장”이라며 “한중 산업통상 부처 간 고위급 협력 채널 구축에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트남을 비롯한 대아세안 수출도 26.3%나 줄면서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았다. 윤석열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중동에서 6개월 연속 수출이 증가한 것이 위안거리다.
유가 하락 덕에 지난달 원유(-30.1%), 석탄(-21.1%), 가스(-15.5%) 등 3대 에너지 수입이 25.8% 줄면서 전체 수입액도 13.3% 감소했다. 에너지 수입 규모는 지난해 12월(167억 달러) 이후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무역수지와 관련해 그나마 희망적인 부분은 적자 규모가 점차 개선되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주력인 반도체 수출이 여전히 부진하다는 점에서 큰 기대는 금물이라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반도체 수출, 대중 수출이 살아나야 추세적인 반등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이 1분기 깜짝 경제 성장을 이뤘지만 자국 내 소비에 의존했던 만큼 우리 기업으로 온기가 퍼지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수출 활력 회복을 앞당기기 위해 단기적 차원과 중장기적 차원의 지원 방안을 함께 추진해나가겠다”며 “이번 한미정상회담,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등 미국 순방성과를 토대로 미국과의 무역·투자 촉진과 첨단 기술 협력을 강화하고 향후 예정된 정상외교·통상장관회담 등과 연계한 비즈니스 기회 창출 등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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