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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덕연 "김익래 회장에 손배 청구"…키움측 "명예훼손 고소할 것"

■진실게임 치닫는 SG發 폭락사태

라덕연 "나도 150억 물려"

서울가스·선광 등 폭락 배후 지목

8개 종목 시세조종 혐의 전면부인

김익래 "라 대표 허위 주장"

"블록딜로 싼값에 팔아 충격 줄여"

검찰, 8개 기업 최대주주 조사 착수

10여명 개인 피해자도 소장 제출

라덕연 대표 사진 제공=KBS 인터뷰 영상 갈무리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의 핵심 연루자로 꼽히는 라덕연 H투자자문사 대표와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주가 상승·하락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라 대표는 “주가를 올린 주체도 내가 아닌 공매도 세력이고 H투자자문사는 매도한 주식도 전혀 없다”며 김 회장 등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회장 측은 “시장이 안정된 상태에서 시간 외로 싼 값에 판, 문제 없는 거래”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라 대표를 2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맞받아쳤다. SG발 주가조작 혐의를 수사하는 검찰과 금융 당국도 시세조종의 진원지를 파악하는 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라 대표는 지난달 30일과 이달 1일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 잇따라 전화 인터뷰를 하며 “김 회장이 (폭락 사태를 유발) 했다고 100% 확신한다”면서 “일단 손해배상 청구 민사(소송)를 하나 제기하고 (검찰·금융 당국에) 진정서도 넣는 등 할 수 있는 것은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 대표는 김 회장이 다우데이타(032190) 지분 대량 매도로 막대한 수익을 올린 정황 외에 확실한 물증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그러면서도 “화재가 났는데 지금 불타고 있는 사람과 밖에서 보험을 받은 사람 중 누가 방화범이겠느냐”며 “투자 피해자들에게 ‘김 회장에게 배상을 받게 되면 배상금을 제외하고 부족한 금액을 죽을 때까지 갚겠다’는 지불 각서를 써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라 대표를 통해 폭락 종목에 돈을 댄 투자자로는 이중명 전 아난티 회장과 연예인 임창정·박혜경 씨와 함께 다수의 의사 등 전문직 자산가들이 거론된다.

라 대표는 김 회장뿐 아니라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과 선광(003100)도 주가 폭락 사태의 배후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선광은 공매도가 1년 동안 없던 종목인데 (폭락 사태) 전주에 공매도 물량이 대량으로 나왔다. 서울도시가스 회장도 왜 침묵하고 있겠느냐”며 “(법적 대응은) 김익래 회장이 먼저고 거래량 등 자체 데이터를 확인하면 (나머지에 대해서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 대표는 다우데이타나 서울가스(017390) 총수가 상속·증여세를 마련하기 위해 폭락 사태를 주도한 듯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광은 공매도한 만큼 이익을 본 것 같다”면서 “주가가 급락해 총수들의 상속세가 줄어들었으니 이는 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대주주들이 상속세를 아끼기 위해 개인투자자들을 누르고 반대매매를 일으킨 것이 (이 사태의) 핵심”이라며 “공매도한 계좌의 자금 출처를 조사해 증거금 없이 한 것인지, 현금으로 한 것인지만 확인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라 대표는 또 다우데이타·서울가스·대성홀딩스(016710)·선광·다올투자증권·삼천리(004690)·세방(004360)·하림지주(003380) 등 8개 종목의 주가 폭락 사태에 자신과 투자자문사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라 대표는 “나는 다 물렸다. 현금 300억 원이 있던 계좌가 150억 원 손실이 됐다”며 “이전까지 김 회장과 직간접적인 접촉이 전혀 없었고 존재도 몰랐다”고 억울해했다. 그는 아직 검찰이나 금융 당국의 조사를 받기 전이라고도 했다.



라 대표는 대량매도 의혹뿐 아니라 폭락 전 3년간 8개 종목의 주가를 조금씩 부양하는 방식으로 시세를 조종했다는 혐의도 전면 부인했다. 라 대표는 “사람들이 내가 주가를 조작해 띄웠다고 생각하는데 아니다”라며 “나는 주식을 3~10%씩 올리지 않았다. 주식을 사기만 했다”고 항변했다. 이어 “내가 공매도 물량을 걷어버리니까 손절이 나오면서 올라간 것”이라며 “나중에 검찰이 거래 내역을 살펴보면 다 밝혀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매수자와 매도자가 사전에 가격과 시간을 정해놓고 주식을 매매하는 ‘통정거래’ 의혹과 관련해서는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법률 관계를 따져보겠다”며 “인위적으로 주가를 띄운 적은 없다”고 단언했다. 라 대표는 “증거는 없다”면서도 시세조종 혐의가 언론에 보도되는 과정에서 제보자가 김익래 회장 등 총수들과 접촉했을 가능성을 의심했다. 그는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투자일임업 미등록 불법 영업이나 투자자의 동의 없는 신용거래는 잘못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유독 주가 움직임에 대한 책임은 수긍하지 않았다.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 서울경제DB


이에 대해 다우키움그룹 계열사인 키움증권과 김 회장은 2일 수사기관에 라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로 했다. 키움증권은 이날 서울경제에 반박하는 입장을 전달하고 “주가가 2월 초 이후 두 달 이상 횡보하는 상황에서 시장 변동성이 어느 정도 안정됐다는 판단 아래 증여세 재원을 마련할 목적으로 팔았다”고 해명했다. 키움증권은 아울러 “매도 수량과 거래량을 생각해볼 때 장내 매도도 가능했지만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를 통했다”며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히려 할인된 가격을 선택했다”고 부연했다.

앞서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도 지난달 28일 금융감독원이 소집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교롭게도 그때 (김 회장이) 매각했던 것일 뿐”이라며 라 대표의 주장을 반박한 바 있다. 황 사장은 “(김 회장이) 그전부터 팔려고 했다”면서 “차액결제거래(CFD) 반대매매는 실시간으로 나오기 때문에 거래 정보를 알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라 대표는 저희도, 회장님도 알지 못한다”며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고 그냥 엮는 것이다. 0.0001%의 가능성도 없으며 직(職)을 걸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 금융감독원은 합동 수사팀을 꾸리고 주가가 폭락한 8개 기업의 최대주주가 사전에 주가조작 여부 등을 인지했는지와 공매도 세력의 연루 가능성을 모두 조사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이날 라 대표와 전직 프로 골퍼 A 씨 등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법무법인 이강은 같은 날 피해자 10여 명을 대리해 주가조작 세력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남부지검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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