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부품 제조기업 한솔테크닉스(004710)가 200억 원 조달을 위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의 5배 이상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신용등급 BBB+급 비우량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회사 매출과 높은 발행 금리가 투심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솔테크닉스는 이날 수요예측에서 1.5년물(100억 원)에 620억 원, 2년물(100억 원)에 430억 원 등 총 105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앞서 한솔테크닉스는 개별 민평금리(민간 채권 평가사들이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에 -50~50bp(1bp는 0.01%포인트)를 가산한 금리를 희망했는데 3년물 -150bp, 5년물 -190bp에 모집 물량을 채웠다.
이미 한솔테크닉스의 민평금리는 동일 등급(BBB+) 민평금리보다 100bp이상 낮게 형성돼 있었는데 이번 수요예측에서 조달 금리를 더욱 낮췄다. 시장이 평가한 회사채 가격보다 더 비싸게 사겠다는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의미다.
한솔테크닉스의 이번 회사채 발행은 오는 5월 만기가 돌아오는 250억 원 규모 채무를 상환하기 위해서다. 수요예측이 흥행하면서 전액 상환을 위한 최대 400억 원까지의 증액 발행이 유력하다. 다만 재작년 사모채로 빌린 자금의 조달 금리가 1.95%(200억 원), 3%(50억 원)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금융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건 불가피하다. 전 거래일 기준 1.5년물과 2년물 민평금리는 5.881%, 6.209%로 최종 금리는 각각 4.3%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솔테크닉스는 1966년 설립된 전자부품 제조기업으로 TV용 파워보드, 액정디스플레이모듈(LCM), 휴대폰 조립 등을 주된 사업으로 한다. 2022년 초 한솔아이원스(114810)(구 아이원스)를 인수하며 반도체 장비 부품 및 세정 분야로 사업을 확대했다. 최대주주는 한솔그룹 지주사인 한솔홀딩스로 한솔테크닉스 지분 20.3%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조 6474억 원으로 전년대비 10.5% 증가했는데 한솔아이원스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다. 김웅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생활가전용 파워보드 및 LCM, 휴대폰 외주생산(EMS) 등 주력사업에서 삼성전자(005930)향 물량 비중이 높은 수준을 유지 중으로 이에 기반한 사업안정성이 양호하다”며 “태국 공장 셧다운, 물류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2021년에 약 190억 원 규모의적자를 시현한 파워보드 사업에서 적자규모를 대폭 줄인 가운데, 한솔아이원스가 전사 기준 66%에 해당하는 영업이익을 창출하면서 2022년에는 회사의 이익창출력도 큰 폭으로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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