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간호사,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의사와 약사 등 직역 간 알력으로 우리나라 보건의료가 멍들고 있다. 잊을 만하면 재연되는 파업, 고소·고발로까지 치닫는 극한 대립으로 국민 건강은 볼모로 잡히기 일쑤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보건의료단체가 참여하는 보건복지의료연대는 간호법 입법에 반발해 11일 2차 부분 파업을 벌인 뒤 17일 총파업을 단행할 계획이다.
2000년대 들어 의협의 총파업은 세 차례 실시됐다. 2000년은 의약분업, 2014년은 원격의료, 2020년은 의대 정원 확대가 계기였다. 17일 총파업이 벌어질 경우 2000년 이후 직역 간 갈등에 따른 두 번째 총파업이 되는 셈이다. 2000년 총파업이 의사와 약사 간 힘겨루기였다면 이번에는 간호사와 의사·간호조무사 간 대결 국면이다.
이외에도 보건의료계 직역 간 전선은 곳곳에 형성돼 있다. 의사와 약사는 비대면 진료와 관련해 성분명 처방 허용 여부를 놓고 대립하고 있으며 의사와 한의사는 초음파진단기기 사용에 대해 충돌하는 모습이다. 또 의사와 간호사는 진료보조인력(PA) 간호사의 지위와 관련해 부딪히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소·고발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보건의료기본법이 최근에 만들어졌음에도 각 직역이 ‘땅 따먹기’ 식으로 자기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각 직역의 직무가 정책과 입법을 통해 재설계·정리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이 싸움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보건의료인력지원법상의 보건의료 직역은 의사·간호사를 비롯해 조산사·임상병리사 등 모두 20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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