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7일 서울 답방은 지난달 26일 한미정상회담 직후 일본 측의 의사 타진을 계기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일 안보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후미오 총리의 방한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아시히신문·산케이신문 등 일본 주요 매체의 보도를 종합하면 당초 기시다 총리의 서울 답방 시점은 올여름 무렵으로 예상됐으나 기시다 총리가 조기에 한국을 방문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완료되자 일본 측이 기시다 총리의 방한 의사를 우리 정부 측에 타진했다. 회담 일정이 확정돼 7일 방한길에 나선 기시다 총리는 출국 전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일정상회담과 관련해 “신뢰 관계에 기초해 솔직한 의견 교환을 하겠다”고 밝혔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이번 한일정상회담 소식은 미국 등의 서방권 언론을 통해서도 해외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열린 한일정상회담과 관련해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북한에 맞서 공조하고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기 위해 동맹국 간 단합을 모색해왔다”며 “수년간 공식 회담이 없던 한일 정상이 최근 두 달 만에 두 번째로 만난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또 다른 승리”라고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 간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관계 개선이 절실한 미국의 요구가 양국 간 외교 복원을 이끈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를 제한하는 등 대(對)중 제재를 강화하기 위해 한국·일본 등 동맹국에 협조를 요청해왔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만큼 한일 간 해빙 무드를 반기는 국가는 없을 것”이라며 “수년간 미국은 중국의 경제적·군사적 야망을 억제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이 과거의 불만을 버리고 더 협력할 것을 촉구해왔다”고 전했다.
과거사 문제의 해결과 동아시아 경제·안보 현안을 별개로 다루려는 미국의 관점에 대한 신중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교수는 NYT에 “역사를 당면 현안에 영향을 미치는 데 무관한 것으로 치부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북한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중국에도 점점 그런 입장을 취해가는 것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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